中 공습에... 200억 투자 받은 동대문 대표 스타트업 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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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17. 오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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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몰 폐업 37% 늘어

‘동대문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대표 기업 중 하나였던 스타트업 ‘링크샵스’가 지난달 폐업했다. 동대문 의류·잡화 도매상과 소매 사업자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2012년 설립 후 벤처캐피털(VC)에서 2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할 만큼 동대문 도매상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거대 이커머스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 버티던 중,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저가 의류를 앞세워 주 고객이던 소매 사업자들까지 끌어들이자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때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수혜를 보며 성장했던 중소 규모 이커머스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 성장 둔화와 고금리로 인한 투자 감소 속에 중국 업체를 비롯한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로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형 업체들의 파격 할인 공세를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커머스 시장도 몇몇 대기업이 장악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통신판매 업체) 폐업 건수는 7만8580건으로 전년 대비 37% 늘어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진경

삼중고 겪는 이커머스 시장

링크샵스 외에도 이커머스 사업이 휘청이는 소식은 작년부터 거듭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설립한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실시간 홈쇼핑) 플랫폼 ‘빗썸 라이브’가 작년 10월 파산했다. 삼성 사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보고플레이’ 역시 적자가 누적되면서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작년 12월 법원에서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으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국내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의 사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선 자금줄이 말랐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은 올 1분기 기준 31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711억원)의 4% 수준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데이터·클라우드(가상 서버)를 아우르는 ‘교차 산업 설루션’ 분야 스타트업이 같은 기간 2405억5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과 대비된다. 이지영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2021년만 해도 이커머스가 AI나 헬스케어 분야보다 더 많은 투자를 유치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최근 거세지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도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이커머스의 결제 금액과 결제 건수는 각각 138.8%, 130.6% 늘어난 반면,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결제 금액은 2.5%, 결제 건수는 1.1% 줄었다.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도 위기

스타트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쿠팡과 경쟁하던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적자가 누적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2년 사이 모두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 인수됐다. 2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낸 11번가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엔데믹으로 온라인 쇼핑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팬데믹 때만 해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년 연속 떨어져 작년에는 8.4%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 그리고 중국 업체인 알리와 테무 등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배송비 할인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으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들은 더더욱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며 “이커머스를 몇몇 기업이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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