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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급 PSAT 언어논리 19번 프리미엄 해설

2023.10.09. 오후 10:37

2016년 5급 PSAT 언어논리 4책형 19번

기출 돌리고 나면 키워드가 꼭 기억에 남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다. "초랑"이나 "파록"이 매우 인상깊게 남는다. 틀렸다면 더더욱….

<차례>

-사고 및 풀이 과정

-객🌰적 난이도 및 코멘트

사고 및 풀이 과정

19번~20번 세트의 앞 문제다. 문제 발문은 그냥 추론인데, 선지들이 배경지식으로 퉁칠 수 있게 생기지도 않았으니 그냥 독해하는 게 좋겠다. 1문단으로 간다.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에메랄드가 초록이었다면, 우리는 귀납 추론을 통해, 다음에 관찰될 에메랄드도 초록이라고 예측할 것이다. 이러한 추론 및 예측 행위를 두고 “과거 사례들에 부여한 규칙성을 미래에 투사한다.”라고 표현한다.

첫 문장은 익숙한 내용이다. 논리학 공부를 아예 안 한 게 아니면 귀납과 연역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을 테니, 첫 문장은 '그렇지그렇지' 정도로 금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이 글의 소재가 귀납추론이라는 것 정도만 체크하면 되겠다.

다음 문장에서는 귀납 추론에서의 그 예측 행위를 "규칙성을 미래에 투사한다"고 바꿔 놓았는데, 기존의 지식(귀납 추론과 예측)을 이렇게 바꿔 부르기로 약속하는 과정이다. 이런 패러프레이징은 매우 중요하다. 규칙성…투사 어쩌고 하는 표현은 그냥 보면 낯설기 때문에 빠르게 내 기존의 지식과 동일시해 낯섦을 없애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과거 사례들에 부여한 ‘에메랄드는 초록임’이라는 규칙성을 미래에 투사하여, 미래 사례들에도 ‘에메랄드는 초록임’을 부여하게 된다. 만일 우리의 예측이 잘 들어맞을 경우, 우리가 부여한 규칙성은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이 된다.

이어지는 예시는 강하게 읽을 이유가 딱히 없다. 귀납 추론-예측을 규칙성 투사와 동일시하는 데 성공했다면 굳이 예시를 안 봐도 되기 때문이다. 끄덕이며 빠르게 넘어간다.

하지만 과거 관찰 사례들에 부여한 규칙성들이 모두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인 것은 아니다. 우연의 일치 때문에 일어난 규칙성은 미래에 투사할 수 없는 규칙성이다. ‘에메랄드는 초록임’은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일까?

1문단 마지막에 이 글의 중심 논제가 될 질문이 등장한다. 어떤 규칙성이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인지를 따지는 게 남은 문단들의 주 내용이 될 것이다. 논리학 소재의 글이 이런 식의 논제를 던지며 시작하는 경우 뒷문단에서 특정한 예시(실사례든 사고실험 비슷한 것이든 매트한 논증이든)를 제시하고 따라오길 요구할 확률이 높다. 그 정도 예측을 안고 2문단으로 가면, 예측대로다.

귀납 추론 과정에서 도입하는 투사 행위에는 수수께끼가 있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어떤 학자가 ‘초랑’이라는 낱말을 고안했다고 생각해 보자. 색깔을 나타내는 낱말 ‘초랑’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낱말 ‘초록’과 ‘파랑’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만일 한 사물의 색깔이 이미 관찰되었고 초록이거나, 아직 관찰되지 않았고 파랑일 경우, 그 사물의 색깔은 초랑이다. 그 역도 성립한다.

1문단에서는 예시를 스킵했지만, 논제를 던진 뒤 등장하는 예시는 함부로 스킵할 수 없다. 그 예시 자체가 본론과 직결될 확률이 높아서다. 고안된 낱말 '초랑'과 그 정의가 제시되었는데, 이 정의는 당장 외우거나 정리하려고 하지 말자. 어차피 뒤에 가면 정의를 갖다 쓸 일이 생길 테니 그때 다시 보면 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에메랄드는 초랑이다. 왜냐하면 이미 관찰된 에메랄드의 색깔은 초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에메랄드는 초랑임’을 미래에 투사할 수 있을까? 달리 말해 ‘에메랄드는 초랑임’은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일까? 그래서 “모든 에메랄드는 초랑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다음 단락에서도 크게 처리할 일이 없는데, 추론을 지문에서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 다 초랑이지,,, 하며 넘어가면 그만이다. 디테일한 추론을 직접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업까지 독해 과정에서 해버리면 정보량이 과해진다(물론, 자신이 그렇게까지 해도 될 역량을 갖췄다고 확신한다면 해도 된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단락 끝에서도 또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에메랄드는 초록임'을 투사할 수 있을까 물어봤는데, 여기서는 '에메랄드는 초랑임'을 투사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핵심 질문이 두 개 생겼고, 이것들에 대해 뒷문단에서 다룰 것이다. 글을 다 읽지 않았으므로 당장 내가 답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한 보석 전문가가 아직 관찰되지 않은 에메랄드의 색깔을 예측하고자 한다. 그가 ‘에메랄드는 초랑임’을 미래에 투사한다고 해보자. 그가 ‘에메랄드는 초랑임’을 미래에 투사하면, 그는 아직 관찰되지 않은 그 에메랄드가 초랑이라고 예측한다. 마찬가지로 그가 ‘에메랄드는 초록임’을 미래에 투사하면, 그는 그 에메랄드가 초록이라고 예측한다. 이 두 가지 투사는 동일한 관찰 사례와 동일한 귀납 추론을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같은가? ‘에메랄드는 초록임’을 투사한 예측은 그 에메랄드가 초록이라는 것을 말한다. 한편, 정의에 의해서 ‘에메랄드가 초랑임’을 투사한 예측은 그 에메랄드가 파랑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럼 어떤 예측이 올바른가?

다음 문단에서, 던져진 두 질문을 동시에 다룬다. '초랑'을 투사하는 경우와 '초록'을 투사하는 경우에 동일한 관찰 사례와 동일한 귀납 추론을 사용했는데, 그 예측 결과가 한쪽은 초록, 한쪽은 파랑으로 서로 다르다. 이것이 이 문단에서 뽑아내야 할 중심 내용 전부다. 왜 예측이 한쪽은 초록, 한쪽은 파랑으로 되는지 내가 당장 따질 필요는 없다. 따져 줬으니까.

두 가지 예측 과정은 사용한 관찰 사례들과 추론 방식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두 과정의 유일한 차이는 하나는 ‘초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직 관찰되지 않은 에메랄드가 두 가지 색깔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두 예측 가운데 하나만 참이라면, ‘에메랄드가 초록임’과 ‘에메랄드가 초랑임’ 중 하나는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규칙성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투사할 수 없는 규칙성이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똑같은 사례와 추론으로 예측했는데 그 결과가 다르다는 걸 재진술하면서, 유일한 차이가 '용어'에 있음을 강조했다. 결론은 에메랄드가 두 색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 초록과 초랑 중 하나는 투사할 수 없다는 것.

여기까지 정리된 내용의 틀은 다음과 같다.

base: 귀납추론 예측 = 규칙성 투사

Q1. '초록' 투사 가능?

Q2. '초랑' 투사 가능?

Q1, Q2 동시에 해보니까 같은 관찰 사례와 같은 추론 방식으로 다른 결과 나옴.

유일한 차이는 '용어'야!

둘 중 하나는 투사 불가능

글에 추가로 제시된 단서가 더 없다 보니 둘 중 어느 쪽을 투사 불가능한 규칙성이라고 봐야 하는지 당장 결론 내리기 어렵다. 초록은 우리가 쓰는 단어고 초랑은 고안된 말이니까 우리의 직관은 당연히 초록 쪽으로 기울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우리의 추론이지 글을 기반으로 한 추론이 아니다. 그냥 문제로 가자.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건 위의 틀과 유사한 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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