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점과 해외점 중심 경쟁력 강화..."1위 계속 수성할까"
롯데면세점은 공항점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3%에 불과해 인천공항 사업이 빠지더라도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은 수익성보다 상징성이 큰 사업으로 꼽힌다.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은 해외 진출 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전 세계인이 오가는 곳인 만큼 인지도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고 싶어하는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높아지고, 운영하는 면세점이 많을수록 저렴하게 제품을 매입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그런 만큼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배제가 당장 롯데면세점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면세사업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 30일을 끝으로 22년 만에 인천공항 사업을 접게된다. 다음 달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빠지면서 전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해외 시장 강화에 주력하며 경쟁력 확보를 꾀한다.
해외 시장의 경우 롯데는 가장 많은 국가에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달 문을 연 호주 멜버른공항점을 포함해 일본·태국·뉴질랜드·싱가포르·호주·베트남 등 총 6개 국가에 1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있다.
창이공항점은 2020년 사업권을 땄고, 현재 19개 구역 중 17개 구역을 운영 중이다. 연말 그랜드오픈과 함께 19개 구역 모두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아울러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 오픈도 준비 중이다. 오픈 시기는 하반기나 내년이 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점 매출 목표였던 3400억원을 초과 달성했고, 1분기 해외점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0% 신장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은 정상시장 회복 시 연간 5000억원 매출이 기대되는 곳"이라며 "올해 해외점의 정상화를 발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글로벌 면세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시내면세점의 경우 멤버십 강화를 통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명동본점·월드타워점·부산점·제주점 등 4개의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최근 VIP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2030세대 고객을 위한 유료 멤버십 '영트래블클럽 멤버십'을 출시했고, 매월 최상위 고객을 겨냥한 뷰티 클래스도 열고 있다.
지난 3월에 전 세계 면세업계 최초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해 롯데인터넷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개개인 취향에 맞춘 이벤트 정보,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의 지난달 매출은 전월 대비 10% 증가하는 등 지속 상승세다.
1위 자리를 노리는 신라면세점은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1과 패션·액세서리·부티크 판매 구역인 DF3의 사업권을 따내 10년간 운영하게 된다.
아울러 인천공항은 DF3~DF4 구역에 복층형 부티크 매장인 '듀플렉스 면세점'을 접목할 계획으로, 이 구역에 대한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은 내년 오픈할 예정인데 신라면세점이 해당 구역 사업권을 따낸 만큼 인기 명품 브랜드 유치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알짜' 사업권을 운영 중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홍콩 첵랍콕공항점·마카오공항점 등 3곳에서 나아가 향후 해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인천공항 면세점 총 매출액은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선 시장 상황이 정상화한다는 가정 하에 신라면세점이 이번 사업권 운영으로 확보하게 될 매출 수준을 1조원 정도로 예측한다.
이런 상황 속 롯데면세점이 해외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 매출 확보로는 업계 1위 자리를 가져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5조300억원으로 2위인 신라면세점 4조3332억원과 약 7000억원이 차이가 났다. 올 1분기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매출이 각각 7542억원, 6085억원으로 1457억원의 격차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이 가져갈 수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업계에서 1조원 정도로 보는데 그 정도로 업계 순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명품 브랜드들이 공항 면세점을 중시하고 해외 사업권 입찰에서도 인천공항 운영 노하우를 높게 평가하는 만큼 롯데가 이번 인천공항 사업 운영권에서 배제된 것이 향후 해외 사업을 전개하는 데 걸림돌이 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