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졸 알바 천국/박현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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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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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 도서관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24시간 불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쓰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상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에 의지하며 학점도 관리하고 ‘졸업 이후’를 대비하지만 취업시장은 녹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자가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387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학력이 대졸 이상인 근로자는 115만 6000명으로 역시 역대 규모였다. 대졸 이상 시간제 근로자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15년 연속 증가세다. 2009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무려 281.5%나 늘어났다. 115만 6000명 가운데 20대가 73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은 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다는 의견이 늘었고, 특히 과외나 학원강사 등의 교육, 트레이너 등 예술 및 스포츠 분야나 숙박, 음식업 등에서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자발적 시간제 근로도 늘었겠다.

하지만 취업장벽에 좌절한 나머지 자발적 선택이라며 스스로 위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낮은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이러한 분석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님을 보여 준다. 시간제 근로자의 최근 3개월간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362만 3000원)의 29.7%인 107만 5000원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전체 시간제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근로자라는 점이다. 이들 중 67.5%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는 사유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취업 준비에 매달려도 부족할 시간을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 할애해야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건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2021년 기준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평균(29.1%)의 1.5배인 43.1%로 7위였다. 정부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등 고용시장의 활력 제고에 나서는 것이 ‘천원의 아침밥’ 제공 못지않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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