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을 유유히 가르다

큰고니

천연기념물 조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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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니와 새끼 고니

1 유유히 물살 가르는 기품있는 고니

차가운 새벽녘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 위를 순백색의 길고 가는 목을 추켜세우고 유유히 푸른 물살을 가르는 고니는 언제 보아도 기품이 묻어나는 고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 찌든 세파의 흔적들이 말끔히 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추운 날에도 쉬지 않고 고니를 보기 위해 낙동강과 주남저수지를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흔히들 고니라고 부르는 이 새의 이름은 큰고니이다.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고니류에는 보통 큰고니, 고니, 혹고니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은 것이 큰고니이고, 고니는 큰고니 무리에 섞여 적은 수만 관찰할 수 있다. 혹고니는 동해안의 석호 등에서 소수로 관찰되는 조류이다.

큰고니와 고니는 오리과에 속하는 대형종으로 암수 모두 온 몸이 흰색이며, 부리의 끝은 검은색이고 기부는 노란색을 띠고 있다. 기부의 노란색 부분이 앞으로 뾰족하게 나와 있으면 큰고니이고, 노란색 부분이 좁고 둥글면 고니로 구분할 수 있다.

어미새는 몸이 흰색이지만 어린새는 몸이 회갈색이고, 부리기부의 노란색도 밝은 분홍빛을 띤다. 주로 수생식물을 먹이로 하며, 긴 목을 이용해 거꾸로 자맥질하여 깊은 물속의 식물을 뜯어 먹는다.

봄이 오면 수컷과 암컷이 서로 마주보고 날개를 들어 올리며 큰 울음소리는 내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이것은 서로 짝을 찾기 위한 구애행동으로 대부분 짝을 맺어 번식지로 떠나게 된다.

큰고니와 고니는 가족간에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단위를 기본으로 무리를 이루는 특징을 가진다.

큰고니의 구애행동

큰고니와 고니는 북녘의 캄차카 호반에서 몽골, 러시아의 동북부 시베리아에 걸친 광활한 툰드라 지대에서 번식한 후 가을쯤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겨울을 나고 있다.

큰고니의 주요 이동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지리학 연구소의 협조로 2006년 몽골에서 번식한 큰고니의 몸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큰고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일을 하였는데, 몽골의 도르노드 아이막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단 큰고니 10마리 중 2마리가 우리나라의 낙동강하구 을숙도와 남강 근처에서 월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BirdLife international은 전 세계적으로 큰고니와 고니의 현존 개체수를 큰고니는 18만 개체, 고니는 30만 개체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수는 약 4,000개체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월동지로는 낙동강하구와 주남저수지, 우포늪, 진도해안, 천수만, 시화호, 금강하구, 경포호, 강진만 등지이며, 매년 2,000개체 이상이 월동하는 낙동강하구가 최대 월동지이다.

그 외의 월동지에서는 수백 개체에서 수십 개체가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큰고니, 고니).

낙동강하구 갯벌과 큰고니 무리
우포늪 사지포에 도래한 큰고니 무리

그러나 우리나라 최대의 큰고니와 고니의 월동지인 낙동강하구에는 1987년 낙동강하구둑이 완공되고, 갯벌을 매립하여 신호산단, 녹산산단, 명지주거단지 등이 조성되었으며, 2010년에는 명지대교가 건설되는 등 지속적인 개발 압력을 받아 갯벌의 면적은 크게 축소되었고, 낙동강하구에서 큰고니와 고니의 주요 먹이원이 되는 세모고랭이군락이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산시에서는 세모고랭이군락을 증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낙동강하구에 도래하는 고니류의 수도 최근에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생태계의 교란이 계속된다면 고니의 춤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 진다.

  • 발행일2013.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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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동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2년부터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으로 재직 중이다. 충남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문화재전문위원과 한국조류학회 부회장, 한국환경생태학회 부회장, OECD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정부대표단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저서는 [한국의 조류], [생물다양성 99] 등 10여편과 150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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