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엥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탈세계화는 재화시장의 공급망 교란효과를 부르는데 미국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를 잘 설명하는 예”라며 “미국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 현상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본과 노동력, 상품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을 땐 적절한 분배가 이뤄진 반면 국가간 장벽이 세워지자 한 곳에선 상품이 부족하고 다른 쪽에서 노동력이 넘치는 등 파열음이 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등 서구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공급처를 찾을 것이고 단기적으론 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엥글 교수는 “한국은 대중국 수출은 줄어들수 있겠지만 미국 등 서구권 국가로의 수출비중이 늘어난다면 위험분산의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간 공급망 해체로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츨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글로벌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의 성장을 잠시간 늦출 수 있다고도 봤다. 자유무역 시장에선 한국과 미국의 선진기술이 중국으로 활발히 이전할 수 있지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술 이전이 늦춰진다는 점이다.
엥글 교수는 올해 들어 뚜렷해지고 있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문제였다면 지금의 상업용 부동산이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19%를 기록해 1992년 이후 31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엥글 교수는 이같은 실물경제 리스크가 금융권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 1980년대 후반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며 부동산 대출에 열중했던 소형은행들이 연쇄파산한바 있다. 지난 3월 파산한 미국 시그니처 은행 역시 미국에서 10번째로 큰 상업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엥글 교수는 “소규모 지역은행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다”며 “지역은행들의 연쇄파산이 끝났다는 것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엥글 교수는 금융시장의 위험분석 기법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엥글 교수가 개발한 모형은 금융시계열의 위험을 분석 예측하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