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곳에서 36곳으로 통폐합 돼
정부의 안정적 지원 노력 필요
서울에 사는 박모(61)씨는 최근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을 방문했다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 매장은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주문만 가능했는데, 복잡한 화면에서 무엇을 눌러야 주문이 진행되는지 알기 어려웠던 탓이다. 박씨는 “다른 손님들에게 민폐일 것 같아 도중에 포기하고 직원이 한가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배움터’ 사업이 예산과 교육생 수 감소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대비 올해 예산이 반 토막 났는데, 내년에도 증액 없이 동결됐다.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우겠다며 배움터 문을 두드리는 장년·고령층은 크게 늘었는데, 이들을 도울 예산이 대폭 삭감되며 사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내년 디지털배움터 예산은 279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698억원에서 올해 279억원으로 60% 삭감됐는데 상향 조정 없이 동결된 것이다. 내년 예산은 사업 첫해(2020년) 배정된 484억원과 비교해도 42.3% 깎인 수준이다.
디지털배움터는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대상으로 필수 디지털 역량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인터넷 포털 사용법이나 이메일 발송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키오스크·스마트폰 사용법 등 실생활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뤄 호응을 받았다.
이 사업은 특히 50대 이상 장년·고령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20년 16만5637명에 불과했던 50대 이상 교육생 수는 지난해 67만8358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70대 이상 노인 교육생은 4만6870명에서 37만2478명으로 8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예산이 크게 깎이며 디지털배움터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99만6439명에 달했던 교육생 수는 올해 8월 말 기준 7만427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011곳에서 운영했던 배움터는 36곳의 거점센터로 축소·통폐합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배움터 운영을 효율화했다”는 입장이다.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우리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교육 축소는 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 6월 공개한 ‘2023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65~74세 응답자의 50.4%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5세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19.1%로 떨어졌다. 고령층의 53.6%는 “뒷사람 눈치가 보여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가 합리화돼선 안 된다”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교육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