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생산 시급한데…투자 철회하라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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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24. 오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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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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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시행 초읽기…수출로는 美시장 대응 못해
현지 전기차 공장 설립 앞당기고 추가 투자도 검토해야
노조 "해외 투자 철회하고 국내 투자 확대" 요구하며 발목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에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시행에 속도를 내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현지 생산체제 구축도 시급해졌다. 문제는 해외 투자 추진 때마다 발목을 잡는 국내 노동조합이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찬성 220표, 반대 207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의 보조금이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Georgia)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1000만원의 가격 핸디캡을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정부가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을 거론하며 ‘북미 내’로 규정된 전기자동차 최종 조립 요건을 완화해 줄 것도 미국 통상 당국에 요청하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도 미 하원에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한미 FTA를 앞세운다 해도 우리나라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쿼터(할당량)와 비슷한 방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국내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업체당 5만대씩 부여하고 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 현지생산을 더욱 서두는 것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장기적으로도 전기차 산업에 대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4년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내놓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하게 될 경우는 물론, 재임 기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게 되더라도 외국 기업에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압박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로서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스케줄을 앞당기면서 생산능력도 더욱 확대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려면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해외 투자계획 발표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는 노조가 문제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와 기아자치부(기아 노조)는 지난 5월 회사측의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설립 발표 당시에도 크게 반발하며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 투자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특히 아직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지 않은 기아 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투자를 철회하고 국내 공장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에서 국내 투자계획 논의가 결론지어지지 않는다면 올해 임단협 타결도 없을 것이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임단협을 무기로 해외 투자를 저지하고 국내 투자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태도는 회사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국내에서의 일자리까지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 시장 환경 및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결정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국내에서의 고용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시장 규모는 한계가 있고, 국내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보조금 적용 여부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큰 차이가 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주체인 해당국 정부가 요구하는 최종 조립 요건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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