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부서 '中반도체 규제' 강화 요구.."非첨단도 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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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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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밖 성숙공정 때문에 미국의 시도 실패 우려 있어"

"16나노미터 이하 만으로 부족, 40나노미터까지 확대 필요"

"40나노미터도, 미국의 기술 없이는 중국 개발 못 해"

"성숙공정 막으면, 미국의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 될 것"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그래픽 로이터)


미국은 반도체가 중국과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한 뒤,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고자 관련 제조장비 수출에 제한을 걸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제약이 걸리겠으나 규제 밖에 있는 비첨단 성숙공정에선 경쟁 우위를 갖게돼 결국 미국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3일(현지시간) 미국이 최첨단 공정 반도체(16나노미터 이하)에서 중국을 능가하고 싶은 마음을 알겠으나 성숙공정 반도체(16나노미터 이상)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정책이 성숙공정 부분을 고려한 정책을 펴지 않으면 미국과 동맹국은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개발로 이어지는 반도체 기술과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반도체 수출규제를 도입했다. 이 규칙은 미국 기업과 기술자가 16나노미터 이하의 로직칩과 이를 위한 생산 지원을 제한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중국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인공지능 및 기게학습 같은 고급 반도체를 생산 못 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포린폴리시는 이런 규제가 첨단 분야가 아닌 부분에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팅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16나노미터에서 40나노미터 반도체는 자동차와 노트북, 게임콘솔, 태블릿 등 일상 제품에 널리 쓰인다.
◆…중국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 연합뉴스)


아울러 중국은 이런 반도체를 점점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8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에선 현재 중국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중국 인터내셔널 반도체(SMIC) 등 이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상하이와 선전 등에서 2년 내 새로운 생산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몇 년 안에 28나노미터 반도체 대다수를 생산할 전망이다.

포린폴리시는 성숙공정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지면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이 막대한 보조금을 주더라도 미국 내 생산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은 종종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업체를 몰아내기 위해 과잉생산을 해왔다. 이런 방법으로 중국은 태양전지판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희토류 원소 분야에서 전 세계 1위가 됐다. 이를 생각하면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일정 분야를 장악할 수 있을 거로 보인다.

포린폴리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노심초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해 미국의 대만 지원과 일본과 동맹 같은 정치적 문제에서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또 일상제품에 들어가는 성숙공정 반도체가 끊길 수 있으므로 중국의 눈치를 매번 봐야 할 수 있다.

한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이 성숙공정 반도체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한다면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첨단 공정 제품의 20%를 차단한다면, 우리는 성숙공정 제품의 80%를 차단함으로써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 대통령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수출규제가 현행 16나노미터 이하에서 40나노미터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중국에 어떤 기술과 장비도 지원하거나 팔지 말자는 뜻. 또 강화된 규제가 중국 반도체 야망에 찬 물을 끼얹으리라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닛케이아시아는 SMIC는 미국의 기술 없이는 40나노미터보다 발전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성숙공정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굴기를 막으면 해당 분야에서 미국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포린폴리시가 예상했다.

지난 2월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과학법의 한 가지 목표는 2030년까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현재 세대 및 성숙공정 반도체의 생산을 늘리는 것"이라며 "미국 제조업체가 중국의 지원을 받는 약탈적 중국 기업과 경쟁이 없다면 이를 달성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린폴리시는 성숙공정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야망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최첨단 반도체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16나노미터 이하 반도체가 표준이 되는 5~8년 안에 중국을 배제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몇 년 안에 대만과 둘러싼 전쟁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2023년까지 우위를 점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으며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TSMC (사진 연합뉴스)


포린폴리시는 이런 강경한 조처가 몇 가지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미국 기술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네덜란드 ASML의 중국 매출은 2021년 기준 15% 수준이며, 니콘은 더 적은 비중이다. 또 ASML과 니콘 모두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이들이 요구하는 미국 기술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또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위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같은 미국 장비회사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우려이며 반도체과학법의 보조금으로 상쇄할 수 있다. 미국 램리서치 최고재무책임자는 중국 매출 손실을 서구 고객으로 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같은 대응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금지할 수 있는 명분이 있으나 그러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 또 미국은 중국에 더 많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대만의 반도체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 대만은 전 세계 10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90% 이상을 생산한다. 또 28~40나노미터 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이다. 전쟁이 일어나 이런 시설이 파괴되면 중국은 더 많은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반도체 생산은 세계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해 서방의 도움 없이는 생산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포린폴리시는 이같이 우려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나 규제를 40나노미터까지 높이면 성공할 수 있다며 강화된 규제가 미국과 동맹국을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게 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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