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자" 며느리·손녀에 휘발유 뿌린 시아버지…집유형 받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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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16. 오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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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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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아이들 앞에선 욕하지 말아달라 하자 '무시한다' 앙심 품고 범행
죽을 수 있다는 극도의 공포감에도 처벌불원의사 밝혀
재판부 "절대로 먼저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라" 신신당부
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지난 1월 28일 오후 6시 25분 대구 북구의 한 빌라. A(63) 씨가 휘발유를 자신의 몸에 부은 채 며느리와 손녀가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손녀 B(4) 양이 방문을 열고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A씨가 대답했다. "○○야 우리 다시는 볼 일 없다." A씨는 국그릇에 담아온 휘발유를 손으로 떠서 아이의 얼굴과 등에 뿌렸다.

며느리와 손녀에게 휘발유를 끼얹어 극도의 공포를 불러일으킨 6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이영숙 부장판사)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특수협박,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피해자에 대한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A씨는 평소 며느리와 가정폭력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사건 당일 오후에도 욕설을 하며 냄비를 집어던졌다. 손녀 B양이 이런 모습에 울음을 터뜨렸고, 참다 못한 C씨는 "아버님 아이들 앞에서는 욕을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얘기한 게 발단이 됐다.

당연히 할말을 한 것이지만 A씨는 며느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A씨는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마음을 먹었다. 근처 농막 안에 보관하고 있던 2리터 용량의 페트병에 든 휘발유를 챙겨가 범행을 저질렀다.

자신이 아이에게 휘발유를 뿌리는 모습에 놀란 C씨가 달려와 말리자 A씨는 남은 휘발유를 C씨에게 뿌렸다. C씨가 자신을 밀치며 현관 밖으로 내보내려 하자 양손으로 C씨의 목을 잡아 조르기도 했다.

A씨는 과거 자신의 아내에게도 가정폭력을 저질러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그가 이번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건 며느리 C씨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집에서 며느리와 손녀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를 것처럼 위협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죽을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와 정신적 충격을 줬다.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을 뿐 신체적 상처보다 훨씬 아프고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며 A씨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밝힌 건 심각한 트라우마에도 남편의 아버지이자 아이의 할아버지를 감옥에 보낼 순 없다는 판단일 뿐"이라며 "적어도 보호관찰 기간동안은 피해자의 사전 승낙없이 절대로 연락하거나 다가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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