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쟁·머니무브 격화 우려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대응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따른 금융권 수신 경쟁이 조만간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유입된 100조 원이 넘는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집중 도래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융권 수신 잔액은 96조 2504억 원 늘었다. 여기에는 은행권의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과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의 수신 증가액이 포함된다.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 확보 경쟁까지 불붙으며 금융권 예·적금 금리가 치솟은 데 따른 영향이다. 당시 은행권은 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자 예금 금리를 연 5%대까지 높였고, 2금융권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 6%대 중반에 이르는 특판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통상 예·적금 만기가 1년 단위로 돌아오는 만큼 대규모 자금 재유치를 놓고 금융권 수신금리 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은행권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 4%대 정기예금이 다시 등장하는 등 수신 금리는 벌써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최고 연 4.15%)이다.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연 4.0%),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연 4.0%) 등도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대 금리를 제공 중이다.
새마을금고 사태를 지켜본 2금융권도 고금리 특판 판매를 늘리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연 5%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데, 충청도의 한 새마을금고는 다음 주 연 8%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특판을 내놓는다.
‘머니무브 현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다음 달 중순부터 재유치 상황과 금리 수준을 매일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2금융권이 지나친 금리 경쟁을 벌일 경우 안 그래도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권 전반적인 예수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의 연내 가동도 준비 중이다. 이는 은행권과 저축은행 예수금 총액 동향 및 정기예금 중도 해지율 등을 파악해 이상 징후 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