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고문 끝” 위례신사선 가시화에 14만명 ‘들썩’... “경전철 3량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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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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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강남메트로, 협상 종료
삽도 안떴는데... 위례삼동선 ‘연장’ 발표
강남 접근 수요, 어떻게 충당할지 ‘관건’

“아유, 늦어도 한참 늦은 거죠. 솔직히 희망 고문도 한 두번이지... ‘드디어’라기 보단 ‘이제서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사실 신도시 입주민들 입장에선 기반시설 부담금이 이미 분양가에 다 포함됐다고 보고 들어간 거거든요. 뭐 일단 더 이상 지연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다행입니다.” (위례중앙광장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A씨)

과거 위례 분양시장에 떴다방이 등장했던 모습. 사진은 위례신도시 지역 모델하우스 인근 전경./조선DB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GS건설 컨소시엄(강남메트로)과 위례신사선 경전철 관련 막판 협상에 성공하면서, 위례신도시 일대 입주민들이 ‘교통 개선 기대감’에 반색하고 있다. 당장 교통 호재가 아파트 거래 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행정예고를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1조1597억원(2015년 책정)이며, 건설보조금 579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798억원을 총 민간사업비로 정했다.

행정예고 공고는 양측간 계약이 최종 성사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수차례 미뤄진 만큼 연내로 착공할 가능성이 높다. 위례신사선은 2015년 국토부가 발표한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사업 주관사인 삼성물산이 2016년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혼란이 있었지만 GS건설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강남메트로컨소시엄이 2017년 1월 사업제안서를 제출, 2020년 1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2021년 연말에 착공하고 2027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진척이 되지 않았고, 2022년 8월에서야 가협약이 체결되면서 결국 올해 초까지 끌고 오게 됐다.

위례신도시 입주민들은 늦었지만 착공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며 안도와 함께 기대감을 내비쳤다. 위례중앙푸르지오에 거주하는 입주민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위례신사선이 생기면 강남 학원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위례신도시 주요 단지들의 3월 실거래가는 지난 1월에 비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남위례 대장주로 꼽히는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 84㎡가 1월 9억2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3월에는 11억원에 거래되면서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입지인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도 마찬가지다. 전용 84㎡가 1월 10억7000만원에 거래 체결됐다가 3월에는 1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그동안 급매 위주의 저가로 팔리던 물건들이 전부 소진되면서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이에서는 확실한 교통 호재가 있는 만큼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아직까지 상승을 얘기하긴 조심스럽긴 하다”면서도 “다만 개발 이슈로 타 지역에 비해 빠르게 가격 회복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래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는 강남 배후지로 통했다. 동탄 신도시나 광교 신도시와 달리, 애초 탄생 목적이 ‘강남 수요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 개설이 재차 연기되면서 오히려 ‘출근 지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위례신도시(행정동 위례동)에는 총 4만3000여 가구(약 14만명)가 거주하고 있지만, 지하철역은 지난해 12월 개통한 8호선 남위례역 하나 뿐이다. 이마저도 남쪽 끝에 위치해 대부분 위례 주민들이 강남역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8호선(장지역·거여역)으로 이동해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나마 강남역·잠실역·고속터미널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대중교통 수요를 충족해 왔다. 자가용 출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를 통해 빠져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위례신사선 사례야말로 신도시 입주와 관련해 정부가 남겨서는 안 될 ‘나쁜 선례’라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도시계획학 박사)는 “위례신사선은 정부가 약속한 신도시 입주 시점에 개통은 커녕 착공도 안하는 최악의 선례다. 이를 거울 삼아 3기 신도시 입주 시점에 광역급행철도(GTX) 개통도 문제 없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의 요지를 관통하고 신사역(신분당선과 3호선 환승)을 통해 을지로·광화문 등 강북 도심과 연결되는 ‘유용한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경전철이라는 점은 기대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위례신사선은 3량의 경전철로, 만차 정원 270명에 불과하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해 위례신사선 착공도 안 된 시점에서 경기도 광주시 삼동까지 연결되는 ‘위례삼동선’을 발표(4차 국가철도망 계획)했다. 자칫하면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도시철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교통 수요를 위례 신도시 인구로만 봐서는 안 된다. 강남으로 접근하려는 인구 수요가 경기도 광주시 삼동, 위례 신도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를 모두 합쳐서 봐야 한다”면서 “수년간 미뤄진 만큼 일단 착공부터 서두르고 이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프로필

2008년 입사. 입법·사법·행정을 주로 다뤘습니다. 법조팀장, 부동산팀장 거쳐 대통령실 출입합니다. 저서 '한국의정치보도(공저)', '이기는로펌은무엇이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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