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약대 진학 위해 명문대도 자퇴, 이래선 미래인재 못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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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26. 오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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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대가 청년 인재를 빨아들이는 쏠림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의 지난해 자퇴생 중 자연계열 재학생 비중이 75.8%(1421명)까지 치솟은 것이다. 자퇴생의 상당수가 ‘반수’ 또는 재수를 거쳐 의약학 계열로 빠져나갔을 것이란 게 입시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의대 선호 현상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며 그 양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의대 진학에 가장 근접한 SKY 자퇴생 가운데 자연계열 비율은 2020년 66.8%, 2021년 71.1%, 2022년 75.8%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의대 선호 현상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무수히 많다. 지난해 서울·수도권 의대 합격자의 등록률은 100%였다. 상당수가 SKY에 복수 합격했을 텐데 전원 의대를 선택했다니, 꽤나 놀라운 결과다.

‘의대 쏠림’은 입시지옥으로 전락한 한국 교육의 정점에 자리한 문제다.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연 수십억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8개 과학고 졸업생의 10% 안팎이 의대를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앞세우는 영재고와 자율형사립고도 의대 입시 창구로 악용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지역 의무선발비율이 상향(30%→40%)되자 비수도권 인재들의 의·치·한의·약대 쏠림도 뚜렷해졌다.

의대 선호는 입시 문제를 넘어 수많은 사회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진입에 과학인재 양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 반박의 여지가 없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도 물론 소중하지만 의학만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과학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인력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디지털 인재 양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입시판에서는 ‘30대 이전 의대에 합격하면 늦지 않다’는 말까지 회자된다고 한다. 높은 수입과 안락한 삶을 우선하는 경박한 현세주의적 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대 정원 늘리기’ 같은 땜질 처방은 자칫 문제를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개혁을 내건 윤석열 정부인 만큼 백년지대계를 위한 정교하고 과학적인 해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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