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월드오브커피’ 개최
市, 커피 가공단지 조성 추진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갑비차(甲斐茶·커피), 일본 우유, 흰 설탕 큰 종지로 하나와 궐련 1개를 대접받았다.’ 개항기 부산해관(지금의 부산세관) 감리서에서 일했던 서기관 민건호(1843∼1920)가 29년 동안 쓴 일기 ‘해은일록’ 속 내용이다. 140년 전 근대를 상징하는 문물로 커피가 수입되면서 국내 도시 중 부산에서 가장 먼저 커피가 음용된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오늘날에도 부산신항은 국내 소비 수입 커피류의 96%가량이 들어오는 관문이다. 이런 여파로 부산 영도 흰여울 마을, 전포 카페거리(사진) 등지에는 커피콩을 로스팅하는 카페가 즐비하고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스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3명이나 배출됐다. 지역 중소형 커피 가맹점도 전국으로 확산 중인데, 부산시는 이런 여세를 몰아 세계 최대 커피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글로벌 커피 도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다음 달 1일부터 4일간 벡스코에서 ‘월드오브커피&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행사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월드오브커피는 세계 최대 커피 산업·서비스 전시회로, 올해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는 70개국 250개 커피 업체가 제품·기술·서비스를 시연한다.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은 세계적 커피 바리스타의 등용문으로, 2019년 전주연 바리스타가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커피 도시’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관련 산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월드오브커피 행사장에 해은일록을 주제로 한 홍보관을 꾸며 부산의 커피 역사를 알리고 지역·해외 기업 간 만남의 장으로 운용한다. 또 부산신항을 통해 들어온 커피가 창고, 로스터리 가공장을 거쳐 유통되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커피 물류시스템’도 소개한다. 부산테크노파크는 2026년 이 시스템이 상용화하면 부산이 아시아 커피 유통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등 기관도 항만 배후단지에 커피 가공업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커피콩 가공 중 생기는 손실을 감안해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커피 관광 산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