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서머스의 경고 "구조적 고물가·고금리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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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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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2023]
"코로나 이전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 없을 것"
"저물가·저금리 대신 고물가·고금리 올 것"
"향후 10년 실질 중립금리 예상보다 높을 것"
[뉴올리언스=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향후 10년간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현재 예측하는 0.5%보다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는 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연중 최대 경제학계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3’에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로 돌아갈 것인가’ 주제를 통해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더 높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가 7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연중 최대 경제학계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3’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는 물가 상승을 감안한 금리를 말한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상태의 금리 수준이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감안한 장기 명목 중립금리를 2.5% 안팎(실질 중립금리 0.5%)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서머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날 20분 발언 내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의 재연 가능성에 설명했다. 이 용어는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1938년 처음 사용했으며, 서머스 교수가 2014년 다시 들고 나와 화제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인 수요 부족과 투자 기피 탓에 저물가·저금리·저성장이 한꺼번에 닥쳤다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지금 우리가 살펴야 할 중요한 질문은 다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그 해답을 아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지만, 우리는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정부 지출의 추가 확대 가능성이다. 서머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은 정부부채를 상당히 더 많이 쌓았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5~40%포인트 오르면 실질 중립금리는 80~100bp(1bp=0.01%포인트) 상승한다”고 추정했다.

실제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06.0%였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팬데믹 이후 역대급 재정 지출을 단행하면서 이듬해인 2020년 127.7%까지 뛰었다. 2021년의 경우 121.7%였다. 이 수치가 120%를 넘긴 것은 미국 역사상 2019~2020년 2년밖에 없다.

서머스 교수는 또 “미국 정부는 인구 증가 압력에 따라 교육, 의료 등에 재정 확대 경향이 더 커질 것”이라며 “게다가 아시아 국가들은 국방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인구구조와 지정학 우려 역시 나랏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202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기점으로 저성장에 저금리와 저물가가 따라가는 구조적 장기침체의 모습이 나타나는 대신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언급은 경기 침체와 함께 2010년대와 같은 저금리가 도래할 것이라는 근래 금융시장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머스 교수는 “이전과는 다른 금리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교수는 이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매파 기조를 띠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머스 교수는 최근 연준의 초강경 긴축 기조를 두고 찬사를 보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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