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초등학교 B교사는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욕설을 한 남학생들에게 “성폭력은 무서운 범죄”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남학생 보호자들이 아들을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취급했다며 담임교사 교체와 공개 사과문을 요구했다.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며 교육청에 신고하기도 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개토론회’에서 공개된 교권 침해 사례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에서 심의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19년 2509건에서 2022년 3035건으로 늘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손덕제 교총 부회장은 “‘숙제 베껴내지 말라’ ‘교실에선 양말을 신어야 한다’ 등 말로 훈계만 해도 민원이 발생하고, 싸움을 말리려 제지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다”고 말했다. 원주현 교사노동조합연맹 실장은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 중 경찰 종결·불기소 처분을 받는 경우가 53.9%로 전체 아동학대 무혐의 비율(14.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이나 학교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교사가 많다. 이날 교사노조가 공개한 사례 중에는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 보호자가 ‘특목고에 못 가게 됐다’며 학기 내내 민원을 넣은 사례, 알파벳을 모르는 4학년 학생에게 별도 지도를 해주려 했다가 학부모가 반발하고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사례 등이 있었다.
교권 침해를 하는 주체는 학생이 가장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 전체 교권 침해 사건의 93.3%(2833건)에 달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보다 학부모의 민원이 더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교총은 술에 취한 학부모가 새벽 1시에 수시로 전화하며 ‘죽이겠다’며 협박한 사례,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학부모에게 모욕적 단어가 섞인 문자를 받았던 사례 등을 공개했다.
실제로 중간 연차(근속 15년~25년) 퇴직교사 수는 2017년 888명에서 2019년 979명, 2021년 1088명으로 늘고 있다. 원주현 교사노조 실장은 “요새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자조적으로 돈다. 젊은 교사들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이직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성기 협성대 교수는 “정당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의 피해에 대해서는 면책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교원들의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을 담은 초중등교육법에 수업배제(교실 밖 이동 등), 반성문 작성 등 생활지도의 구체적 유형과 조치 방식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원과 고소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기 교수는 “교육청이 교원을 상대로 한 민원이나 형사 고소·고발 건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먼저 심사해 행정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성 본부장은 “교원 개인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지자체나 교육청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