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될까?..."낙선하면 집안 망한다"던 국회의원 선거 비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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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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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운영비·유세차·공보물·현수막·광고비 등 지출
선거비용 상한액 평균 2억 1800만원
선거 공영제 원칙, 국민 세금으로 선거비용 보전
제22대 총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4일 인천공항에 사전투표소가 마련돼 있다./한국경제


판에 끼는 데만 2000만원. 선수로 지목되면 다시 1500만원. 1인당 참가비만 3500만원을 깔고 시작하는 전쟁판.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전(戰)’이다.

하지만 참가비를 내면 돈 들어가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선거 사무실 임대비용, 사무원 인건비, 유세차 렌트비, 공보물 인쇄비, 현수막 설치비, 언론 광고비 등 후보자 한 명이 선거운동 기간인 13일 동안 쓰는 돈만 ‘억 소리’가 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인쇄소, 현수막 업체, 유세차량 업체들은 신이 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업자들 사이에서는 선거가 지역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대목’이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축제라 할지라도.

올해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비용평균 약 2억1800만원으로 제한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상한선이다. 하지만 실제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턱도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한 명당 최소 3억원이 든다는 전언이다. “정치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게 과거의 속설이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을 향한 길에는 상당한 자금이 들어간다. 국회의원 선거, 얼마면 될까.
1. 3500만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벽보 제출 마감일인 27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가 각 후보의 선거벽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에 출마하려면 우선 당에서 공천을 받아야 한다. 단수 전략공천을 제외하면 당내 경선부터 치러야 한다. 참가비는 2000만원 가량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시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두 명이 붙는 2인 경선은 2050만원, 3인 경선은 1570만원을 후보등록 기탁금으로 내야 한다. 3인 경선은 돈이 더 들 수 있다. 1차 경선에서 결판이 나지 않아 결선투표까지 치르게 되면 추가로 1650만원이 필요하다.

각 정당별로 취약지 출마를 독려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영남지역 후보자 기탁금이 다른 지역보다 200만~300만원가량 낮았고 국민의힘은 호남지역 출마자의 기탁금을 당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시장논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이것은 당에 내는 참가비이고 선거관리위원회에는 따로 참가비를 낸다. 선거기탁금은 일종의 보증금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1500만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자당 500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또는 선거일 현재 29세 이하인 경우 기탁금의 50%, 선거일 현재 30세 이상 39세 이하인 경우 기탁금의 30%를 깎아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기탁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선관위는 지역구 후보자가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을 돌려준다.
2. 현수막+유세차량+인건비+광고비=?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일주일 앞둔 21일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연합뉴스


후보자가 된 이후 선거비용으로 가장 크게 나가는 돈은 크게 네 가지다. 인건비 등 조직운영비와 유세차 렌트비, 공보물 인쇄비, 현수막 설치비, 언론 광고비다.

선거에 동원되는 현수막은 법적으로 제한돼 있다. 정당별로 읍·면·동별 2개 이내만(면적이 100㎢ 이상인 읍면동에는 추가 1개 가능) 설치할 수 있으며 거리에 설치하는 현수막은 10㎡ 이내 면적으로 제작해야 한다.

현수막의 통상거래가격은 1㎡당 1만8000이다. 10㎡의 외벽현수막을 제작하면 18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것을 동별로 2개씩, 10개 동에 단다고 가정하면 현수막만 총 360만원이 든다.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20m 높이의 대형 현수막 가격은 하나당 260만원(설치비 포함)가량이다. 사무소에 설치하는 실내 현수막도 제작해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선거 기간 동안 현수막은 전략상 한 번 교체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달기도 한다. 철거비와 설치비가 한 번 더 드는 것이다.

유세차 렌트비 역시 만만찮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때는 유세차량에 대형 LED와 리프트 등을 동원해 현란하게 꾸밀 수 있다. 이때 1톤~1.5톤 유세 차량을 선거 유세 기간인 13일 동안 대여할 경우 1000만원 가량이 든다. 5톤 차량은 최대 4000만원까지 상승한다. 유류비와 운전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우편함에 꽂힌 투표 안내문./연합뉴스

문자 발송비도 상상을 초월한다. 선거 기간 후보자는 유권자 1명당 최대 8번까지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이때 한 번에 5만~10만 건씩 문자를 발송한다. 단체문자는 통상 건당 10원이다. 10만 명에게 문자를 보낼 경우 한 번에 100만원이 든다. 이 작업을 8번 하면 800만원이 나간다.

여기까지 어림잡아 계산해보자. 현수막(620만원)+유세차량 2대(2000만원)+문자발송비(800만원)까지만 더해도 3420만원이 나온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인건비와 조직 운영비, 공보물 인쇄비, 광고비를 합하고 선거 외 비용으로 잡히는 사무실 임대료까지 더하면 2억원이 훌쩍 넘는다.

물론 이마저 최소한의 금액이다. 정치권에서는 전후 과정을 다 합치면 최소 10억원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도의원에 2번 출마한 이력이 있는 길유영 씨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비용은 법에서 상한하는 금액을 훨씬 초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선거에서 특정 득표율을 얻으면 세금으로 선거보전금을 돌려주는 만큼 문자 발송, 공보물 인쇄 등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기 위해 홍보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선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 1인당 2억2000만원
후보자 한 명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은 상한선이 있다. 올해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비용은 평균 약 2억1800만원으로 제한된다.

선거구별로 최대한 쓸 수 있는 비용은 다르다. 가장 많이 쓸수 있는 곳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다. 이 지역구는 한 후보자가 최대 4억1200만원을 쓸 수 있다.

상한액이 가장 적은 선거구는 인천 계양갑으로 약 1억6500만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선거비 상한액 공식 때문이다. 공식은 ‘1억원+(인구수×200원)+(읍면동 수×200만원)’이다.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 총 유권자는 22만 명이 넘고 계양갑은 12만600명이다.

특히 읍면동 수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53개 읍면동)와 인천 계양갑 선거구(6개 동)의 읍면동 수는 8.8배 차이 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정당)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약 52억8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선거비용 제한액은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 등 선거별로 산출 비용 방식이 모두 다르다. 선거비용에 상한을 둬 금권 선거를 방지하고 선거운동 기회의 불균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4. 선거비용, 세금으로 페이백?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우리나라 선거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헌법이 선거 공영제를 원칙으로 한다. 선거 보조금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 총 선거보조금은 508억원이다. 정당별로 민주당은 192억1858만원, 민주당 주도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8억2709만원을 받았으며 국민의힘과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각각 180억223만원, 28억443만원을 받았다.

두 정당과 위성정당이 보조금의 84%를 가져갔다. 선거보조금은 의석수를 많이 확보할수록 돈을 많이 배분하는 구조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의석수 20석 이상)에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를 우선 배분한다.

이어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을 가진 정당 중 최근 득표수 비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곳에는 총액의 2%를 배분한다. 이 기준에 따라 배분하고 남은 보조금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로, 나머지는 21대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나눠준다. 대형 정당이 보조금을 싹쓸이할 수밖에 없다.

현직 국회의원이 적은 소수정당이 선거 전에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면 후원금이나 펀드를 통해 조달한다. 선거가 있는 해에 정치 후원금 한도액은 후보자 한명 당 3억원이다. 반면 정치 펀드에는 상한액 제한이 없다. 정치 후원금으로 보지 않고 개인 간 자금 거래로 보기 때문이다.

팬덤이 강력한 정치인들은 펀드를 활용해 선거 자금을 마련한다. '파란불꽃 펀드'로 200억원을 모은 조국혁신당이 대표적이다. 펀드 모금이 진행된 54분 동안 200억원이 모였다. 1분에 3억7000만원이 쏟아진 셈이다.

상한액 제한이 없는 대신 이를 후보자의 수입으로 잡아야 하고, 선거가 끝난후 통상적인 이자율로 가입자들에게 상환해야 한다. 선거법이 따로 정한 이자율은 없지만 기부행위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이자율이 너무 낮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약속했던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주지 못해도 민법상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선거 전에는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면, 선거 후에는 보전금을 지급한다. 선거가 끝난 후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 투표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 비용제한액 범위 안에서 정당하게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준다.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후보자 명부에 올라 있는 후보자 중 한 명이라도 당선되면 해당 정당이 지출한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해준다.

비례대표인 조국혁신당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은 52억원. 당선될 경우 52억원을 모두 보전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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