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유연화 필요"vs"52시간도 길다"…中企·근로자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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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17.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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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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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10곳 중 3곳 "12시간 이상 연장근로 필요한 경험 有"
노동계 "주당 적정 근로시간 '35~40시간'"…악용 우려 소지 多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중소기업과 근로자간 이견이 여전하다. 입법예고 기한이 17일로 종료되지만 아직까지도 개편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

중소기업계는 개편안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계 애로사항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무시간 유연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M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일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무한 야근'이 당연시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이날로 끝난다.

정부는 지난달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52시간제 연장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하되 업무가 몰리는 등 집중 근로가 필요할 때 몰아서 일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개편안 발표 후 노동계 반대에 부딪혔고 균형 잡힌 개선안을 위해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대 근로시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근로자 휴게 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종료 시점 후 규제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국민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등을 진행하며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中企 "부족인원만 60.5만명…근로시간 유연화 꼭 필요"

납품일 등 특정 시점에서의 초과근로가 불가피하고 고질적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에서는 개편안에 대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60만5000명이고,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이 안 된 미충원 인원은 18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라며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성수기 물량이나 급작스러운 주문에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중소기업 53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험이 있었던 중소기업은 10곳 중 3곳 이상(31.2%)이다. 특히 제조업은 40.8%로 비제조업 21.0%에 비해 두 배가량 많았다.

연장근로 발생 시 지속기간이 2주 미만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59.5%로 일시적인 단기간 연장근로 수요가 많았다. 응답 기업의 절반(52.4%)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인력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소기업계는 무한 야근, 공짜 야근이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기업의 일탈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주장하며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한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동의 없이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걱정"이라며 "근로기준법에서 강제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개편안의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노사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며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자기들끼리 소통해서 (불합리한 일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요즘 현장에서는 절대 기업인, 경영인이 직원들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근로자들도 자유롭게 본인들의 의견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3 투쟁선포대회 모습. ⓒ News1 임세영 기자


◇"연차도 눈치 보며 쓴다"…노동계, 악용 우려에 '결사반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의 선택과 집중 강화'라는 개편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장에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휴식 없는 장기 근로 문화가 자리 잡거나 '공짜 야근'이 당연시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없다. 사업주 이익만 있을 뿐"이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 선택권은 현장에서 일방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논평에서 "정부가 개편안에서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던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조차 포기했다"며 "정부안대로 1년 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면 4개월 연속 주 64시간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이달 20~39세 개인회원 3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69시간' 혹은 '64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해 '부정적이다'고 답한 사람은 93.1%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경우는 6.9%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개편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를 묻자 '휴무가 안 지켜지고 총 근로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라는 답이 80.6%로 나타났다. '야근, 초과근무가 만성화될 것 같아서'는 73.6%, '법을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은 70.5%를 차지했다.

주당 적정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35~40시간'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7.6%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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