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난 20년간 유전역학(genetic epidemiology)을 연구했다. 유전역학은 암,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 연구를 위해 1978년 탄생한 분야로 유전자를 연구하는 유전학(Genetics)과 질병의 원인을 환경 및 생활습관에서 찾는 역학(Epidemiology)이 결합된 융합학문이다.
보건학 분야에서 세계 최우수 기관인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대 보건대학원에서 2005년부터 몇 년간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머리털 나고 처음 간 영어권 나라여서 영어가 문제였다. 생존을 위해서 생각한 것이 영화시청이었다. 영어자막을 활용하여 보았다. 미국 유학이 계기가 되어 지금도 영화시청은 좋은 취미다. 최근 건강 및 유전자 관련 뉴스가 참 많다. 이것들만 잘 챙겨보아도 건강과 유전학 이해에 도움이 된다.
현대사회에서 유전학에 관한 지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을 처음 쓸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유전학을 영화와 뉴스 기사를 통해 조금 쉽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책의 집필 과정에서 유전학과 관련된 몇 가지 사회 이슈도 포함했다. ‘동성애는 선천적인가? 아니면 후천적인가?’ 하는 논란이 있다. 이 부분은 ‘동성애와 유전자’라는 제목으로 일부 다루었다.
영화 〈십계〉는 성경의 모세와 십계명에 관한 내용이다. 보건학 연구자인 내게 특별히 관심이 가는 십계명은 ‘부모님을 공경하면 장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것은 ‘유전자를 알면 장수한다’는 제목으로 포함했다.
최근 10년간 대학에서 임상유전학(clinical genetics)을 강의하고 있다.
의학유전학이 크게 변한 계기는 2003년 인간유전체사업에서 인간유전자지도가 완성됨으로써이다. 강의에 주로 사용한 교재는 톰슨&톰슨 의학유전학(범문사)과 IAN D. Young의 의학유전학(월드사이언스) 교재이다. 2019년에는 ‘미디어를 통한 유전과 생명과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했다. ‘어려운 유전학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 영화, 뉴스를 활용했다. 강의 후 학생들 평가에서 영화와 함께 들으니 어려운 생명과학 및 유전학을 이해하기 좋았다고 했다. 이 책은 이러한 강의 내용 일부를 정리하고 보강한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의 유전학과 생명과학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첫 책을 출판하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첫 논문 쓸때의 어려움과 쏟았던 정성이 생각났다. 그 노력이 밑거름 되어서 지금은 수십 편 논문의 저자가 되었다. 책 저술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첫 책이라 힘든 것이라 스스로 위로하고 인내했다. 책 출판을 앞두고 감사한 분들이 많다. 우선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고려의학 이창용 상무님께 감사드린다. 곁에서 격려와 응원을 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 딸, 나에게 각각 50퍼센트씩 유전자를 주시고 이 책 작성에 영감을 주신 부모님,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헌신적으로 도와주시는 장인, 장모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