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참사 애도 이유로 산하기관 ‘돌봄 수업’ 취소···맞벌이 부부들 성토[이태원 핼러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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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02.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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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구청이 잘못했는데 구민만 피해”
시간강사도 프로그램 중단에 일자리 잃어
보도 이후 용산구청장 “정상 추진” 지시
지난달 31일 용산구청 하달한 공문


서울 용산구청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애도한다며 산하기관에 체육 관련 돌봄 프로그램 중단을 권고했다. 돌봄 프로그램에 자녀를 맡긴 맞벌이 부부들은 “사고 대비는 구청이 못한 건데 피해는 왜 주민이 보느냐”고 반발했다. 보도 이후 논란이 지속되자 용산구청장은 애도기간 종료 후 돌봄 프로그램을 정상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용산구청은 지난달 31일 산하 아동청소년 수탁기관인 용산꿈나무 종합타운에 ‘국가 및 용산구 애도기간 선포에 따른 행사 프로그램 운영 관련 조치’ 공문을 전달했다. 운영 중단 대상에는 생활체육교실 등 각종 행사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용산꿈나무 종합타운은 구청 요구에 따라 리듬체조, K팝 댄스, 발레 등 음악이 사용되는 돌봄 프로그램을 오는 12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이 기관 외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용산구 산하 기관과 주민센터들도 수업 중단을 결정했다.

문제는 돌봄 프로그램이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돌봐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30대 맞벌이 부부인 용산구 주민 A씨는 “아이들 수업은 배움 이상의 돌봄 기능도 있는데 (수업이 없어지면서) 일도 못 하게 생겼다”며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은 전혀 생각을 안 해준다. 구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중단되니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4일 오전 종합타운을 방문해 아이가 너무 다니고 싶어하던 점핑 휘트니스 수업을 겨우 등록했는데 애도의 의미로 한 달간 휴강한다고 31일 문자가 왔다”며 “어린이 수업까지 한 달이나 휴강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A씨의 자녀는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도 포기했다고 한다.

A씨가 용산꿈나무 종합타운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A씨 제공


이날 용산꿈나무 종합타운 1층 카페에 앉아있던 다른 학부모 B씨는 참사 책임이 구청에 있는데 책임은 주민들만 진다고 성토했다. B씨는 “저도 이 사고가 너무 마음 아픈 사람이고 애도하는 마음을 가득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는) 용산구가 잘못한 건데 무조건 (주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자는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 꿈나무타운에 고용된 시간강사는 구청의 조치로 직장을 잃게 됐다. 강사 C씨(34)는 “코로나 이후로 생계가 어려워 이곳에서 시간당 5만원씩 받으며 지냈다”며 “강사들이 당장 새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한 경우에도 통합발달을 돕는 아동교육은 지속돼야 한다”며 “국가애도기간 종료 후 아이들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정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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