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공서 터지면 전국 마비…"北 EMP공격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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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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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두번째 안보포럼 '北 위협과 도시기능 유지'
핵EMP 폭발 땐 전국서 정전
통신·인터넷 등 각종 망 파괴
市 비상발전기 관리 엄격하게
기업 데이터센터는 분산해야
주요 국가시설 위치한 서울
외국처럼 자체 방호계획 필요




미국 동부 포인트 컴포트 해변가의 호화로운 주택에서 휴가를 보내던 한 가족은 뜻밖의 일을 마주한다. 거대한 유조선이 해변 백사장으로 돌진하고, 집 앞에는 떼거지로 사슴이 나타난다. 모든 인터넷이 끊기고 와이파이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GPS도 다 먹통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건 사진 찍기뿐이다. 사이버 공격이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정전과 함께 모든 전자 기기가 고장 나면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으로 지난 8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속 상황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전산망 마비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카오톡이나 일부 행정 전산망만 먹통이 돼도 난리가 나는 세상에서 EMP 공격이 벌어지면 전기·통신·데이터 등 도시 기능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서울시는 12일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북 EMP 위협과 서울 도시 기능 유지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1월 전시 방호 대책 안보 토론회를 마련한 데 이은 두 번째 안보 포럼이다.

이날 포럼의 주제인 EMP 공격(Electromagnetic Pulse attack)은 고강도의 전자파로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공격이다. 이 공격은 핵폭발로 발생하는 NEMP(핵 전자파 펄스·nuclear EMP)와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는 NNEMP(비핵 전자파 펄스·non-nuclear EMP)로 구분된다. NNEMP 역시 전자, 통신, 데이터망에 끼치는 위력은 핵 공격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이 최근 전술핵탄두를 공중 폭발시키는 사격훈련을 했다고 밝히면서 핵무기를 활용한 전자파 펄스 공격 능력을 보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상공에 EMP 폭발 시 수도권은 물론 강원 속초와 동해, 전북 군산까지 영향권에 든다고 보고 있다.

포럼 기조발제자로 나선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서울 상공에서 핵 EMP 폭발 시 전국적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통신망, 인터넷, 데이터센터 등 전력 통신망이 모두 파괴된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EMP가 폭발하면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지고 병원의 응급장치 작동이 올스톱된다.

그 위험성에 비해 국내 EMP 방호 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 실장은 "서울시에만 원전 4기 분량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비상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지난 4년간 화재 사고 시 비상발전기 미가동으로 인해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2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배터리 화재 사고에서 알 수 있듯 도심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 이 실장은 개선 방안으로 "우선순위를 판단해 핵심 시설에는 순차로 EMP 방호 기능을 갖추도록 하고 신속한 복구 체계를 동시에 수립해 방호력을 증강하고 구축 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조발제에 이은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인구의 50% 이상이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서울의 EMP 방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경령 스페이스앨빈 대표는 "5년 전 방문한 스웨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임에도 도시별로 EMP 공격에 대비해 자체 방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며 "주요 국가시설이 밀집돼 있고 인구가 많은 서울에도 자체 EMP 방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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