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가 또다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사실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면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괴롭힘과 폭력 행위들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다. 악성 댓글들이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는 것이 이를 잘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사이버 레커들의 악의적 행위들은 지금까지의 온라인 폭력 행위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최근 논란이 된 사이버 레커들은 자신들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자신들에게 사회적 비난과 분노가 이어져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왜 사이버 레커 현상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매번 반복되고 있을까? 여러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사이버 레커와 유튜브 플랫폼의 관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사이버 레커들의 콘텐츠는 유튜브 플랫폼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확산된다. 유튜브는 콘텐츠 제작과 이용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또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추천하고 영상과 이용자가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로 인해 정보(콘텐츠) 확산이 빠르다. 무엇보다 여타 플랫폼 미디어보다 많은 이용자가 존재하는 대중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유한 수익 창출 모델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주목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주목경제' 개념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사이버 레커뿐 아니라 다수 콘텐츠 생산자들을 유튜브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주요 동인이었다.
'개인 인격권 침해'와 '혐오감정 조장' 폐해
사이버 레커의 폐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허위정보 확산과 개인의 인격권 침해다. 사이버 레커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 관심과 주목도를 높이고자 한다. 때로는 이를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정보나 허위정보를 사용하기도 한다. 허위정보는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는 사회적 갈등과 혐오감정 조장이다. 사이버 레커들이 주로 활동하는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상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이용자가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이버 레커들은 이를 위해 개인이나 집단의 갈등과 분열,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감정 등을 조장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슈에 대한 논쟁을 증폭시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전략이다. 사이버 레커들의 공격 대상이 된 유명인들이 이들의 폭로 이후 사회적 비방과 악성 댓글로 인해 정서적·신체적 피해로 이어지게 된 근래의 사건들은 사이버 레커들이 야기한 심각한 폐해와 이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사이버 레커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 잡기 전에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사이버 레커 콘텐츠를 직접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사이버 레커는 온라인 공간의 집단 괴롭힘과 폭력 행위의 새로운 변종이다. 사이버 레커들의 행위는 온라인에서 타인을 위협하거나 비방하고,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따돌리는 행위를 뜻하는 사이버불링(Cyberbulling) 혹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온라인 폭력(Online Violence)에 포함되는 사회 병폐적 행위다. 개인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실시간으로 빠르게 확산시키고, 타인에게 심리적·감정적 피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사이버불링에 더 가깝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은 법 제정을 통해 사이버불링 또는 사이버 레커를 불법·유해 콘텐츠로 명확히 규정해 이를 규제해야 한다.
물론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고 특정 의무를 부과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콘텐츠 감시와 검열이 가능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행법인 정보통신망법과 민·형사법(명예훼손죄, 모욕죄)을 통해 불법·유해 콘텐츠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고 오히려 이를 근거로 한 정부기관의 삭제명령 권한과 시정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이버 레커 문제 등을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지만, 현행법은 사이버 레커와 같은 새로운 현상에 적용하기엔 너무나 모호하거나 제한적이다. 현재의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와 불법·유해 콘텐츠를 새롭게 규정하는 법체계를 논의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플랫폼, 사회적 병폐 방치 비판에 귀 기울여야
다음으로 플랫폼 사업자는 사회적 병폐를 방치한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아쉬운 점을 많이 드러냈다. 국내와 해외 사업자별 차이도 존재하며 무엇보다 자율규제 이행의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사업자·이용자·정부기관 등 관련 주체들이 참여해 플랫폼의 자율규제 이행과 불법·유해 콘텐츠를 관리·감독할 명시적 제도를 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플랫폼 사업자는 사이버 레커 등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이를 기준으로 사이버 레커들의 수익 배분을 제한하거나 채널을 삭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과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정기적 감시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이버 레커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문제를 근절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플랫폼의 수익 창출 구조를 개선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수익 창출 모델에 정보의 사실성과 정확성 등 콘텐츠 품질 지수 또는 콘텐츠 신뢰성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사이버 레커는 일부 개인이나 집단의 윤리적 일탈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인을 비방하고 위협하고 괴롭히는 행위는 엄연한 온라인 폭력이다. 암세포가 변이하고 전이되는 것처럼, 사이버 레커라는 새로운 변종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동체는 법제도적 차원에서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사회적 책무를 강조함과 동시에 자율규제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결국 사이버 레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유튜브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자세보다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동체와 플랫폼의 실질적 협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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