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지주사명은 '현대홀딩스컴퍼니'다. 관련 상표도 이미 출원했다. 현대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은 최근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거쳐 서서히 진행돼왔다.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잇따라 공시했다. 주식소각결정과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공시를 같은날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5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 172만2806주, 499억8328만원 어치를 소각했다. 이어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신탁계약은 이사회 의결 및 신고서 제출 등을 거쳐야 하는 직접 취득 대비 절차가 간소하기 때문에 주가를 빠르게 부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해당 공시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30% 가까이 빠르게 급등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결정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통상적으로 회사가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공시대로라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 전량 소각에 이어 오는 11월 7일까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 해당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현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율은 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로는 먼저 현대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현대네트워크 중심의 구조가 검토된다. 현대네트워크의 지분은 현정은 회장 91.7%를 비롯해 현정은 일가가 100%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대네트워크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라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1분기 기준 현대네트워크의 자산총액은 1954억원이다. 따라서 보유지분을 담보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조달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B, EB로 조달 시 자산총액은 증가하고 부채가 증가, 자본은 일부 증가할 수 있으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이 유력시된다.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캐시카우이자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옥상옥 구조의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사례로는 애경그룹이 있다. 애경그룹 역시 애경홀딩스 상단에 애경자산관리(옛 AKIS)를 두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지분은 현대아산㈜ 73.9%, 현대무벡스㈜ 32%, ㈜현대경제연구원 72.78%, 현대투자파트너스㈜ 32.67%, 현대엘앤알㈜ 100%, 블룸비스타호텔앤컨퍼런스㈜ 100%,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100%, 현대엘리베이터설치㈜ 100% 등이다.
쉰들러는 지난 26일에도 실제 처분한 지분 보다 더 많은 지분을 매각한 것처럼 '착시 공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8년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지분 희석 설명 없이 보유 지분율이 21.48%에서 15.95%로 5.53% 감소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 매각 주식은 9만119주로 지분율로 보자면 0.23%에 불과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장중 12.76%까지 떨어졌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쉰들러가 제기한 파생상품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되면서 현 회장은 M캐피탈, H&Q 등으로부터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수혈받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예견돼왔다"며 "현대엘리베이터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