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新)중화 패권주의’ 선전 판 깔아준 이재명
이날 싱 대사는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준비한 원고를 꺼내 15분 동안 외교 상대국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험한 말을 뱉어 냈다. 작심하고 준비한 것이다. 싱 대사는 "중한 관계의 어려움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힘에 의한 현상(status quo) 변경' 시도에 반대하는 것이 한중 관계가 처한 어려움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국제 평화의 최대 위협이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싱 대사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며 노골적인 협박도 했다.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미 협력 강화를 직격한 것이다. 국가 간 평등을 부정하며 우리 외교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에게 굴욕감을 안기는 것은 "시진핑 주석 지도하에 중국몽(中國夢)이란 위대한 꿈을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훈시'(訓示)다. 한국도 시진핑 사상을 공부하고 중국몽에 동참하라는, 화이질서 재건에 따르라는 소리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나? 우리는 이미 '문명사'적으로 중국과 절연했다.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권위주의'다. 이는 국제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이며 '평등한 국제관계'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발언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진의가 왜곡되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아부성 발언까지 했다. 일부 참모들은 싱 대사의 발언을 받아 적기도 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싱 대사의 장광설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까지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한민국 수도에서 중화 패권주의 선전에 판을 깔아준 것이다.
Copyright ⓒ 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3
매일신문 헤드라인
더보기
매일신문 랭킹 뉴스
자정~오전 1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
더보기
함께 볼만한 뉴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