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④] ‘평생직장’ 없다…능력 좋으면 기회도 많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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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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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계획
노동 시장 유연성으로 연결 필요
능력 따라 쉽게 옮겨야 경제 생산성↑
해고자 보호책·이직 플랫폼 확대 필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7회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과 이직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안 = 장정욱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과 함께 노동 개혁을 본격 시작하면서 큰 틀에서 노동(고용)시장 유연화가 달성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장에서 이직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국내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문제에 있어 해묵은 숙제다. 다수 경제전문가는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학회는 지난달 2일부터 15일까지 경제학자 3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29%, ‘강하게 동의한다’는 의견이 52%를 차지했다. 경제학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찬성하는 경제학자 대부분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기존 근로자의 이직과 해고의 용이(65%)’를 꼽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생산성에 맞는 임금 시장의 형성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생산성(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에 맞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능력치만 끌어올리면 얼마든지 더 나은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는 게 바로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반대로 고용주로서는 좋은 인재를 합당한 보수로 채용할 기회가 열린다. 이직과 고용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장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쟁 또한 ‘능력’ 위주로 공정해진다는 게 노동시장 유연성을 주장하는 쪽 의견이다.

물론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는 해직의 용이성을 담보하는 만큼 고용불안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청년층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노동시장 경직성”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쉬운 해고로 단순 연결하면 안 되고 성과 평가에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경제구조는 이직이 활발하다고 보기 힘들다. 한 구인·구직 업체가 진행한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이 첫 취업보다 이직이 더 어렵다고 응답할 정도다.

회사를 옮기는 게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연봉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이지만 시장 자체가 넓지 않은 점도 문제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졌다지만 여전히 경력직을 뽑는 시장은 아직도 문턱이 높다는 게 이직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8년 근무한 회사에서 이직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A 씨는 “우리 쪽은 이직이 적지 않은 편이라 할 수 있는데, 장점이라면 능력만 있으면 연봉을 높이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직 시장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한 A 씨는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를 떠나게 됐을 때 새로 일을 구하는 게 어려울수록 근로자는 회사에 종속할 수밖에 없다”며 “이직이 활발해진다는 건 근로자들에게도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해고도 쉬워져야 한다. 금융위기 때 ‘정리해고’라는 큰 아픔을 겪은 바 있는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해고의 용이성’ 문제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이직 시장 활성화를 위한 채용 중계 플랫폼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김현철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유연성을 크게 확대해야 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받기 때문에 시장이 더 공정해진다”면서 “다만 동시에 해고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크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또한 “고용과 해고가 용이한 수량적 유연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임금이나 근로 시간, 작업 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봉제에서 탈피해야 하고, 임금 수준은 각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⑤] 21세기형 신분제…정규·비정규로 쪼개진 노동시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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