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은 코인판의 상위 0.01% 錢主였다...“이 정도면 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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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18. 오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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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상 자산 투자자 627만명 중 10억 이상 투자자 겨우 900명… 발행량 10% 한번에 쓸어담기도
“그는 코인판의 타짜였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가상 자산) 매매 행태는 그가 선량한 투자자가 아니라 사실상 전주(錢主)이자 플레이어였음을 잘 보여준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가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신고하지 않은 자산이 많아서가 아니다. 코인 시장을 통해 돈을 버는 과정이 정치인에게 용인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주식이나 채권 등과 달리 코인에는 내재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어떤 생산 활동에 투입되지도 않는다. 단순히 많이 거래한다는 것, 그래서 유명해 보인다는 게 전부다. 주식 투자의 경우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의 성장을 돕고, 기업의 이익을 공유한다. 주식 매매는 미래의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다. 그래서 우량주 장기 보유가 투자 전략이 된다. 하지만 코인은 다르다. 코인 매매로 얻는 이득은 거래 상대방의 손해를 의미한다. 1000명이 100만원씩 모아서 한 명을 10억원 부자를 만들어주는 ‘현대판 계’가 코인 투자 대박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김 의원이 보유한 코인 가치는 한때 100억원 전후에 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억원 이상 투자자는 겨우 900명이다. 거래소에 가입한 627만명 중 0.014%에 불과하다. 김 의원처럼 40대에서 10억원 이상 가상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그나마 200명에 불과하다. 거래소에 가입한 40대(177만명)의 0.01%, 해당 연령대 전체 인구(807만명)의 0.002%다. 코인의 자산 특성상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이익은 거래 상대방의 손해다. ‘제로섬’이라는 뜻이다. 그가 수십억원의 이득을 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코인 거지가 탄생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가상 자산을 보유한 사람 가운데 80%는 총보유자산이 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가상 자산이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 가격이 등락하는 게 예사일 정도로 위험이 크기 때문에 큰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보유한 코인도 비트코인(20.6%·시가총액 기준), 이더리움(12.4%), 하다못해 국내 수요가 많은 리플(16.7%) 위주다. 김 의원같이 국내에서 발행된 고만고만한 코인에 전 재산을 몰아넣는 이는 없다. 김 의원은 하루에 몇 억원씩 재산 규모가 바뀌는,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삶을 살아왔던 셈이다.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전세 보증금, 예금·보험을 제외하면 흔한 뮤추얼펀드조차 가입하지 않았다.

‘잡(雜)코인’이라 불리기도 하는 코인들에 투자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방편인지 김 의원은 ‘마켓메이킹(시장조성)’에 나섰었다. 마켓메이킹은 내재 가치가 없는 신생 코인을 띄우기 위해 누군가 대규모 자금을 인위적으로 투입해 해당 코인을 사고팔아 주는 행위다. 유동성 공급이라 부르는 이유다. 코인 발행 회사나 발행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이 그 역할을 할 전주를 섭외하곤 한다. 시장조성자는 수수료를 떼고 코인을 사고 팔아주는 역할도 하지만, 코인이 떠서 가격이 오르면 엄청난 이득을 본다. 대신 해당 코인이 망할 위험도 존재한다. 김 의원은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잡코인에 33억원을 밀어 넣어 전체 발행량의 10%를 한 번에 쓸어 담기도 했다.

문제는 일반적인 주식 시장의 기준을 놓고 코인 시장의 마켓메이킹 행태를 보면 많은 경우 시세조종혐의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잡코인 중 몇몇은 전체 거래량의 70~80%를 특정 개인이 차지해 문제가 됐다. 검찰 수사까지 발전하지 않은 건 그동안 정부가 가상 자산 시장을 카지노 같은 도박판에 준해 관리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행태를 조목조목 따져 보면 코인판 타짜라고 부르는 게 적합하다.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최소한 무법이나 탈법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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