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춘 가족간 직거래 … 시세교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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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3. 오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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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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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직거래 급증
시세보다 30% 싸게 사도 인정
증여세 따로내지 않아도 돼
집값 하락기에 증여수단 활용
타인간 직거래, 분쟁 소지도
'하자 보상' 계약서에 담아야


지난해 말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이 급증했다. 사진은 강남 지역 아파트 전경. 【매경DB】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매된 기록이 나오면 인근 주민들이 '이 가격에 계약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 전화가 온다. 이런 매물 중 '초급매'로 나온 게 아니라면 공인중개사들도 모르게 진행된 직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서울 은평구 공인중개사 A씨)

집값이 하락한 지난해 말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직거래 비중이 급증한 가운데 일선 공인중개사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직거래는 비용 절감·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악용되면 시장 교란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첫 주 하락률 0.38%를 시작으로 12월 마지막 주 하락률 0.74%까지 7주 연속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직거래 비중은 전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다. 직거래·중개거래 구분 신고가 이뤄진 첫 달인 2021년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직거래 비중은 9.5%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엔 직거래 비중(30%)이 전년 동기 대비 20.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직거래 비중은 21.5%였다. 전년 동기 12.5%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세를 보인 지난해 4월은 직거래 비중이 8.4%까지 떨어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집값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아파트 매매에서 직거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등 특수관계인 거래에서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래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억원 저렴하거나 차액이 실거래가의 30% 이내일 경우 둘 중 적은 금액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가령 실거래가가 7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차액이 2억1000만원 이내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직거래 매매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은 경우도 지난해 말에 집중됐다.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공시가격보다 낮게 이뤄진 서울 아파트 직거래는 28건으로 집계됐다. 2분기 16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3분기 9건 대비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매입을 진행한 것도 직거래 물량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상승장 때엔 3억원을 낮게 거래해도 과거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증여가 이뤄지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됐을 때엔 증여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직거래는 매매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없이 매도인·매수인을 통해 거래되는 방식이다. 중개거래는 공인중개사가 주소, 면적, 용도 등 기본 사항과 주택 내부 상태, 누수, 채광, 소음 등을 확인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작성한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훗날 매물에 하자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꼼꼼히 점검하게 된다. 직거래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되는 만큼 현장 답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계약서에 '하자 발생 시 보상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직거래는 부동산 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초급매도 아닌데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거래됐다면 절세 목적"이라며 "이 같은 거래는 정보의 편향성 때문에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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