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폴 부르제는 강물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보리밭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황혼을 바라보며 인생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그곳에 대입한다. 그러더니 결국엔 “강물은 바다를 향하여, 우리는 무덤을 향하여”라는 인생무상의 상념으로 끝맺는다. 이 시에 곡을 붙였을 때 드뷔시는 겨우 17~18세였으니, 어린 작곡가가 무덤의 의미를 실감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3분이 넘지 않는 짧은 곡에서 너무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삶의 그윽함을 노래하더니 그 허무함까지 솜씨 좋게 마무리한다. 새로운 프랑스 음악을 주도할 천재의 면모를 미리 보여준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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