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가 韓 지지로 선회, 다급해진 사우디 전략 수정" 장성민 특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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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29. 오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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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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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민 대통령 특사 겸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총사령관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170개국을 접촉한 장 특사는 지난 8월 말 파리 TF를 띄운 후에는 파리에 상주하며 엑스포 교섭을 총지휘하고 있다. 29일 엑스포 개최지 결정 D-30일을 맞아 파리 현지에 있는 장 특사에게 현재 판세와 막판 전략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를 병행했다.

-심포지엄 이후 파리 분위기는?

▶지난 10월 9일 심포지엄을 기대 이상으로 성황리에 잘 마쳤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도 제레미 리프킨, 샘 리처드 등 다섯 분의 연사가 미래 비전, 한국과 부산의 강점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특히 역대 최대 규모 참가국 지원(5억2000만 불) 계획을 경쟁국과 직접 비교해 호평을 받았다. 행사 종료 후에 자료를 요청하는 분들이 많았다.

또 한덕수 총리께서 외신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지 우호 여론을 형성했고 15일에는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K-pop 콘서트도 개최되면서 거의 1주일 내 부산 엑스포, K-culture로 파리가 들썩일 정도였다.

-현재 판세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개최지 결정이 3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치후보국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지금은 대부분 지역에서 고른 지지세를 확보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11월 28일 투표 당일에는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나라들이 많다. 특히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국가들이 여전히 수십 개국에 달해 이들 부동표의 향방이 최종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네옴시티 수주 등 엑스포 유치전에 영향 없을까?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윤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는 너무도 결연하고 확고하다. 엑스포 유치는 부산에 대한 대통령의 강렬한 ‘열정’,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신념’, 대한민국의 글로벌 중추국가로의 도약, 2030 미래세대의 운명이 결려있는 대한민국의 수퍼 비전(Super Vision) 이자 국가 미래전략이다.

그래서 엑스포 유치와 양자간 경제·통상 분야인 네옴시티 수주는 완전히 개별적 이슈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 것이 목표이고 국익에도 가장 부합하는 길이다. 엑스포 유치는 61조 원이란 경기부양 효과’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 등 무형의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단순 경제 수치만으로 둘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진심인 이유는, 엑스포 유치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민께 드린 약속이자 120대 국정과제이고, 중앙·지방간 균형발전을 이룰 열쇠이며, 자유도시 부산의 세계 물류중심지 도약의 꿈, 유라시아와 태평양 중심에 위치한 부산을 통한 대한민국의 중추국가 실현의 꿈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엑스포 유치전에 미칠 영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런 반사적 이득을 기대하는 선거전략은 취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판단은 하고 있지만, 전쟁이라는 불운과 비극적인 상황을 앞에 두고 유치 경쟁에서의 유불리를 언급한 것은 세계가 믿고 있는 대한민국 위상에 맞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 상황으로 인해 서방의 표가 이탈리아로 몰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현지 BIE대표들의 판단이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엑스포 공식 심포지엄 이후 열린 만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금까지 유치교섭활동으로 만난 나라 수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작년 5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10월 현재까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 170개국의 관계자들과 만났다.

기니 코나크리에서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으로 가야 하는데 비행기로는 이틀이 걸린다고 해서 빗속을 차량으로 주파했던 일, 바누아투 방문시 폭우가 쏟아져 엑스포 유치를 잠시 미루고 그곳 주민들과 함께 태풍 피해 등 재난지역을 돌면서 바지를 걷어붙인 채 현장 지원을 한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40여 개 국 정상을 만나는 ‘코피 투혼’에도 불구, 파라과이가 회담 뒷날 바로 사우디 지지 선언을 했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방문한 몰타가 사우디 지지선언을 해 빛이 바래기도 했는데 정무적으로 소홀한 부분은 없었나?

▶유치 전략상 두 국가 지지 선언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리긴 어렵지만, 투표 당일까지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오산이다. 이 두 나라 중 어떤 나라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 굳이 이런 일을 두고 왈가왈부할 시간도 아깝다.

유치전은 한마디로 BIE 회원국들의 마음을 누가 더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빼앗을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경쟁하는 과정이다. 한 번의 접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에도 일희일비하거나, 특정국과의 교섭이 마무리된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전체 교섭의 과정에서, 또 양국관계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우리로선 2차투표에 승부를 거는 전략인데 어디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2차투표에 승부를 건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의 옛 얘기다. 대한민국은 1· 2차 모두에 승부를 걸고 있다. 1차투표 때부터 사우디에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다투겠다는 뜻이다. 사우디가 당초 1차투표에서 끝내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치고 올라오면서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고, 이는 BIE 회원국 대다수의 중론이기도 하다. 1차투표에서 사우디를 지지하겠다고 한 나라들의 상당수가 2차에선 우리를 지지하기로 했고, 이탈리아 표심도 흡수할 것이기 때문에 2차전에 들어가면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의 물량 공세에 맞서 우리는 개발도상국에 ‘How-to-Fish(물고기 잡는 법)’ 전략, ‘연대의 엑스포’를 강조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 충분히 어필됐나?

▶대한민국의 최대 매력은 많은 국가들이 한국을 자신들의 경제 발전 ‘롤 모델’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실제 대한민국과 부산에는 과거 식민지배, 가난, 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날 4차 산업 중심국, 반도체 강대국으로 발전하기까지의 대서사가 있다. 해외의 원조를 받던 국가가 오늘날 원조를 하는 국가로 발전했고, 여전히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는 진정성도 갖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아픔들을 이해하는 포용력을 갖춘 나라임을 강조하고 ‘How-to-Fish’ 전략을 어필하며 많은 국가들에 접근하고 있고 감동시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중 How-to-Fish 전략은 빠르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압축적으로 이뤄낸 대한민국이 성장 비결인 창의적 제도와 교육, 기술과 경험, 그리고 흔들리지 않았던 가치를 상대국에 공유하겠다는 전략으로,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강조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이다.

이러한 경험과 전략을 구체화해 1년 전 BIE 총회 PT를 통해 ‘부산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무상 원조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2배 이상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남은 30일간 예상되는 변수와 막판 전략은?

▶특별한 변수는 기대하지 않고 우리의 일관된 전략으로 ‘진격의 행보’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부산은 세계 미래의 블루오션이고 부산 엑스포는 세계와의 연대의 축이다. 우리의 막판 유치전은 ‘3V 전략’인데 ▷세계와 함께할 우리의 ‘Vision, 경제성장’ ▷세계와 공유할 우리의 ‘Value, 자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 ▷‘Victory, 승리’의 여신은 대한민국으로 향한다는 전략이다. 남은 기간 코피를 흘리며 유치교섭에 임하고 있는 윤대통령처럼 저희들도 더 헌신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반드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해내겠다. 

장성민 미래전략기획관이 2022년 11월18~20일 튀니지 제르바 섬에서 열린 제18차 불어권정상회의에서 한국측 수석 대표로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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