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대재해처벌법' 폐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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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없고 약자 취업 차별 조장만
산업 안전의 산업화 계기 삼아야

김원식 조지아주립대 객원교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 최근 실태조사에서 85.9%의 회원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요구했고, 16.7%는 사업 축소나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이 1년 넘게 시행됐지만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2223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43명 늘었다. 앞으로도 중대재해로 정의한 ‘1명 이상의 사망자 발생’에 대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치로는 산재 사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망 사고 문제 이전에 산재에 따른 부상 문제가 있다. 사망 사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부상자가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상 사고가 심해지면 사망 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산재 부상에 대해 기업들은 지방노동청의 감독을 꺼려 산재 신청보다는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부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접근하면 사망 사고 문제도 해결된다. 이것이 바로 중대재해법으로 산재 사망이 줄어들 수 없는 이유다.

대기업은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다고 해도 경영책임자를 교체할 인적자원이 충분하고 사실상 기업 경영에 큰 애로가 없다. 그러나 영세중소기업 사업주의 구속은 사실상 기업 활동을 정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사망 사고로 인한 실형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근로자 고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체력적으로 건강하지 않거나 여성, 장애인은 고용을 직접적으로 꺼린다. 거꾸로 말하면 ‘차별조장법’이 된다.

중대재해법은 1명 이상 사망 사고의 처벌에 대해서만 동법 6조1항에서 법률로 정하고 있다.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면 무조건 기업주를 처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떤 기업주도 이 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눈 깜짝 안 하고, 중소기업의 경영 위험은 더 커지며, 사망 사고는 줄이지 못하는 무력한 법이 됐다.

중대재해 문제는 작업장의 안전 문제, 산재 대상자의 부주의와 과실에 따른 문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와 근로자의 협력적 이해관계가 성립돼야 줄일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우선 중대재해법을 폐지하고 관련 조항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으로 이전해야 한다. 처벌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만큼 처벌 조항만이라도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해 시행령으로 옮겨야 한다. 현재와 같은 법률 아래에서는 기업인 누구나 1년 이상 징역을 살게 할 수 있는 무작위법이 된다.

둘째,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합해야 한다. 지금은 근로복지공단이 보험료를 받고 지출만 하는데 지출을 억제하는 노력은 보험기관이 직접 담당하게 해야 한다. 명칭도 목적에 맞게 ‘산업안전보험공단’으로 해야 한다. 셋째, 이제는 산업안전을 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산재는 생명과 직결된다. 의료적 측면에서 최상위 위치에 있고, 생산에서도 최상위 부가가치 산업이다. 아무리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산재로 수십 명씩 죽어 나간다면 의미가 없다. 더 나아가 보디캠, 인공지능(AI), 착용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도구를 적극 활용해 산업안전 장비를 고도화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생명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산업안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을 근로자 보호 차원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 산재 사망을 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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