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죄 의원’ 9명 임기 30개월 누려, 17명은 아직도 재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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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은주(왼쪽 사진)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사직 의사를 밝힌 이 의원의 신상 발언이 끝나자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이덕훈 기자·뉴시스

21대 국회의원 중 각종 범죄를 저질러 의원직을 잃은 9명이 누린 평균 임기가 30개월가량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자격이 없는 이들이 국민 세금을 받아가며 4년 임기의 60% 넘게 의원 노릇을 한 것이다.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의원직을 유지하는 의원도 17명이나 되고 다음 총선도 출마할 태세다.

4년 전 총선에서 선거법을 어겨 기소된 의원 28명 중 5명이 당선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거 사범은 6개월 이내 기소하고 그로부터 1년 이내에 판결을 확정하도록 법에 돼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 3년을 비롯해 민주당 이상직(24개월), 이규민(16개월), 정정순(15개월) 전 의원도 상당 기간 임기를 누렸다. 정의당 이은주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까지 더해져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지만 임기 3년 8개월을 채우고 대법원 선고 20일을 앞둔 시점에 꼼수 사퇴해 정의당 후임자가 의석을 승계하도록 했다.

다른 범죄를 저지른 의원도 많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준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은 기소 이후 총선에 출마해 40개월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용인시장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찬민 전 의원도 39개월간 의원직을 유지하다 작년 8월 물러났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50억 클럽으로 수사를 받는 도중 판결이 나기 전에 자진 사퇴했다.

뒤늦게라도 의원직을 박탈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재판을 받는 17명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4년 넘게 재판 중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15개월간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돌연 휴직하는 식으로 재판을 끌었다. 황 의원은 작년 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당선무효형을 받았지만 임기를 채울 것이 확실하다. 다음 총선에도 출마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 돈을 횡령한 혐의로 2심까지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윤미향 의원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임기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가짜 인턴 등록 혐의(사기)로 기소된 윤건영 의원 재판도 2년이 넘었고,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 재판은 이제 시작이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도 30개월 넘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 중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9명이 받아간 세비만 35억원이 넘는다. 재판 지연을 방조한 판사들이 만든 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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