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고강도 규제 여파
17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지역 매출은 17조 80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30조 4620억원과 비교해 12조 6540억원(41.5%)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중국 매출이 17조원대로 내려앉은 건 2019년(17조 8140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26.4%에서 21.7%로, 4.7%p 하락했다.
경기침체, 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 세계 주요 지역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점을 감안해도 중국 매출 감소 폭이 유난히 컸다. 실제 올 상반기 미주(-29.3%), 아시아·아프리카(-27.0%), 유럽(-19.7%), 국내(-11.0%) 등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 폭은 중국보다 낮았다.
삼성전자 중국 현지 법인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꺾이는 추세다. 상반기 삼성전자가 중국(소재지 기준) 내 법인에서 일으킨 매출은 6조 336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 3510억원)보다 38.7%나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반기보고서에 지역별 영업 현황을 공개한 2015년 이래 상반기 중국 법인 매출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도 올 상반기 중국 현지법인 합산 매출이 3조 882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8조 240억원 대비 매출이 51.6% 급감했다. 이는 반도체 경기 악화, 중국 내 첨단장비 반입 제한 등 미국의 규제 강화 여파에 중국 수요가 부진을 겪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 수출액 250억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전체 45%에 달한다. 문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수출 규제가 이어지며 중국 내 반도체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반도체칩 수출 통제에 이어 최근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 미국 자본의 중국 직접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 경기가 위축될수록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현지 영업활동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