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행론』은 인도의 샨티데바 논사가 지은 대승보살행의 입문서로서 보리심에 대한 가르침을 자세하고도 광범위하게 담은 가장 뛰어난 논서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인도와 티베트에서는 예로부터 『입보리행론』에 대한 다수의 주석서가 찬술되었다.
그 가운데 근래의 주석서로는 오명불학원의 진메이펑춰 린포체가 강설한 『입보살행론광석入菩薩行論廣釋』이 유명하다. 이 책은 일찍이 지엄 스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입보리행론 강해(1~3)』로 출간된 바 있는데, 그 분량이 방대하여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이 『요해』는 『입보리행론』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 및 그 요점이 매우 잘 집약된 해설서로서, 티베트 역사상 『입보리행론』에 제일 정통한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 무착 대사로 추앙받는 톡메 상뽀가 지은 『입행론석ㆍ선설해入行論釋ㆍ善說海』를 오명불학원의 수다지 켄포가 중국어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2.
불교의 궁극 목적인 해탈도의 수행에 있어 번뇌를 항복받기 위해서는 산란한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출리심을 얻고 보리심을 내며 육바라밀의 실천을 통해 지혜를 이루어야 하는데, 『입보리행론 요해』에서 다루는 중요한 교의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은이 톡메 상뽀에 대한 간략한 전기를 소개하고, 이어서 논의 이름과 논을 설한 이유를 밝히고 설명한다.
‘제1품 보리심의 이익’에서는 사람 몸 받기 어려움을 논하고, 보리심의 공동공덕共同功德을 비유로 설명하고, 원보리심과 행보리심의 차이와 수승함을 논하고 있다.
‘제2품 죄업을 참회함’에서는 발심을 결택하고 계를 통해 발심을 행지하는 방법과 삼보에 죄를 참회하고 귀의하는 방법, 그리고 죄업에 대치하는 법을 설하고 있다.
‘제3품 보리심을 수지함’에서는 수희, 찬탄, 회향하는 법과 자리이타를 위한 마음 닦음을 설하고 있으며, 보리심 수행의식 염송문도 소개한다.
‘제4품 불방일’에서는 불방일의 의의와 발보리심 수행법을 논하고, 보리심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 몸 받기 어려움을 강조하고 방일함의 과환과 정진과 지혜로 번뇌를 끊어야 함을 논한다.
‘제5품 정지정념’에서는 마음을 지킴으로써 계율을 지키고 육바라밀을 성취하고, 정지정념을 굳게 지킴으로써 마음을 지킬 수 있음을 논하고 있다. 또한 정지정념을 지키지 못하는 과환을 설명하고, 정지정념을 지키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정지정념의 가르침을 반드시 실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제6품 인욕’에서는 성냄의 과환과 인욕의 공덕을 내세우며 마땅히 인욕을 닦을 것을 강조하고, 인욕을 닦는 법을 네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제7품 정진’에서는 정진의 본체를 설명하고, 정진의 장애인 게으름을 끊는 방법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네 가지 조연助緣을 갖춤으로써 이에 의지하여 정진을 닦고 자신을 스스로 주재할 것을 말하고 있다.
‘제8품 선정’에서는 선정을 힘써 닦기를 권하면서 선정의 장애를 끊기 위해 속세를 떠나 적정처에 안주하여 망념을 끊기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두 가지 보리심, 즉 세속보리심과 승의보리심을 닦아 전념으로 선정을 수행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제9품 지혜’에서는 먼저 지혜를 일으키는 방법을 본체本體, 정면正面, 반면反面의 세 가지 논법으로 제시한다. 이어서 지혜로써 얻게 되는 작용을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두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제10품 회향’에서는 지금껏 닦은 모든 복덕을 회향할 것을 말하고, 이어서 세 가지 측면에서의 회향, 곧 이타利他, 자리自利, 종합적인 측면에서 회향을 설명하고, 끝으로 불보살의 은덕을 억념憶念하며 경례 올림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3.
이렇듯 이 책은 모든 수행자들이 해탈도로 나아감에 있어서 일체중생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여기고 중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게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공덕과 이익은 중생에게 주고 중생의 고통과 손해는 자신에게 가져오며, 일체중생을 해탈의 길로 이르게 하고자 하는 보리심을 발하도록 고무하고 있다. 이런 『입보리행론』의 내용이 톡메 상뽀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명료하고 핵심적인 설명과 잘 어우러져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을 보살도 수행의 지침서로 삼아 수시로 읽고 그 가르침대로 실행한다면 수행의 길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