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핵심기술 해외로 '줄줄'...보호법 누가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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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가 산업기술 해외 유출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23건이며 이중 65%(15건)가 반도체 분야라고 한다. 지난 5년간(2019~2023년)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모두 96건에 이른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에 14건이 적발됐고 이 중 반도체 관련 분야는 3건이었다. 그러나 4년 만인 지난해에는 적발 건수가 23건으로 늘었고 반도체 관련이 15건이나 됐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첨단 기술을 빼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국가핵심기술 지정 제도다.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와 유출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철강 자동차 철도 등의 분야에서 75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운영이 유명무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기술 해외유출 건수 96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이 33건으로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은 유출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다양화하고 있음에도 제도가 뒤따라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핵심기술 제도의 근거법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개정안은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기업 자율성 침해 등을 내세운 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묶여 있다고 한다.

기술 패권주의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앞다퉈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이 개별 기업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안보와 경제 등 국가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기업의 자율성 침해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야당은 국가 없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회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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