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 동력 꺼지는 중국 경제, 한국에 위기이자 변화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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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중 중국 경제가 전년 대비 6.3% 성장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 평균 7.1%를 밑돌았다. 성장의 양대 축인 소비와 수출 모두 예상보다 부진했다.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12.4%나 줄었고, 소매 판매 증가 폭도 5월 12.1%에서 6월 3.1%로 내려갔다. 반면 6월 생산자 물가는 마이너스 5.4%를 기록하며 저성장과 물가 하락이 악순환하는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서방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도 급격히 줄고 있다. 작년 1분기 1000억달러에 달했던 외국인의 중국 투자가 올 1분기엔 2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6월 21.3%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중국은 경제 침체 때마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부양책으로 써왔으나,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탓에 이런 경기 부양책을 쓰기도 어렵다. 자칫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리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 한국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볼 공산이 크다. 2010년 이후 중국은 한국에 연평균 456억달러 규모 무역 흑자를 안겨주었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중간재·부품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양도 늘어나 서로 좋은 구조였다. 그러나 중국의 중간재 산업이 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대중 수출이 부진에 빠졌다. 무역 흑자가 아니라 올 들어 5월까지 118억달러 적자를 안기며, 사우디아라비아·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 등 산업용 원자재 수입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앞으로 대중 무역 적자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위의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자동차·스마트폰 등을 이을 주력 수출 품목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론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도 필요하다. 어느 한 나라와 하는 무역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특히 중국 같은 나라와는 그렇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중국의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14국을 묶은 ‘알타시아(alternative+Asia)’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일본·대만의 기술과 자본, 싱가포르의 금융과 물류, 인도·베트남 등의 노동력과 자원을 결합하면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되 의존도는 점차 줄여 나가는 ‘한국판 디리스킹’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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