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경쟁력 갖춘 기업만 올라
AMD 시총, 업계 1위 인텔 넘어
광고 장악한 알파벳은 오르고
메타·스냅은 주가 하락세 이어져
미국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종목 간 주가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독보적인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상황에 따른 시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종목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AMD 시가총액은 업계 1위 인텔을 넘어서며 인텔의 ‘반도체 왕좌’ 자리를 빼앗았다. AMD 주가는 지난 한 달간 23.54%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1530억달러로 불어났다. 반면 전날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인텔 주가는 8.56% 하락했다. 시총은 1490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정보기술(IT) 등 전방 산업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똑같이 맞고 있는데도 같은 업종 내 인텔과 AMD 주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시장 경쟁력’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텔은 아직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주력이다. 반면 TSMC에 생산을 맡기는 팹리스 업체인 AMD는 5㎚ 공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4㎚, 3㎚ 공정으로 생산되는 제품(젠5 아키텍처)을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반도체 공정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며 “하반기부터 7㎚ 공정 제품을 대량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버 부문에서도 AMD는 인텔보다 20~30%가량 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업종에선 애플 주가가 독주하고 있다.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애플은 지난 6월 저점 대비 24.95% 상승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인한 IT 소비 위축에도 아이폰 수요는 견조하다는 걸 증명한 결과다. 반면 삼성전자의 2분기 MX부문 영업이익은 18.9% 줄어들었다. 반도체 업황 둔화까지 겹친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선을 지키기도 버거운 모습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둔화, 전기차 사업 규제 등에 부딪힌 샤오미 주가도 지난 한 달 새 10.85% 급락했다.
반면 디스플레이 광고 기업인 메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기업 광고를 줄이더라도 필수적인 광고비 지출은 필요하다”며 “어떤 기업이 핵심 플랫폼을 구축했느냐에 따라 종목별 희비가 갈렸다”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 부문에선 아마존이 독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마존은 두 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이후 10.36% 급등하며 ‘빅테크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클라우딩 컴퓨팅 사업과 광고 사업이 호조세를 보인 영향이다. 반면 소비 둔화세를 견디지 못한 쇼피파이, 각종 규제 이슈로 짓눌리고 있는 알리바바는 1년 새 주가가 각각 74.44%, 54.21% 급락했다.
장 연구원은 “지금은 무조건 이기는 기업에 올라타야 할 때”라며 “핵심 국가, 핵심 업종에서 독보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미래 성장성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