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게 가난한 집도 자식들 중 누구 한 명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면 살림이 피기 마련이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더더욱 그렇다. 임금이 높을 뿐 아니라 복지제도도 좋아 남들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당사자뿐 아니라 형제자매들까지 덩달아 더 밝은 미래가 열리기도 한다. 직장이 번듯하면 결혼도 제때 할 개연성이 높다.
‘복지 중 최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란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3년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 최문순 전 강원지사는 아예 공약으로 ‘취직 사회책임제’를 내걸었다. 예산과 정책, 법과 금융 등을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다 뜯어고치자는 내용이다. 강원도에선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월급 중 100만원을 도가 지원했더니 1만5000명이 정규직이 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들었다. 실업수당으로 예산을 쓰느니, 고용지원금을 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더 낫다는 것이다.
이렇듯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의 27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대기업(250인 이상)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32개국 중 꼴찌다. 미국(58%) 프랑스(47%) 영국(46%) 독일(41%)에 비해 턱없이 낮다. 고 위원은 대기업 일자리가 적어 입시 과열, 사회 이동성 저하, 출산율 하락, 수도권 집중이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 대기업들도 채용 확대에 적극 나서주면 좋을 것이다. 이는 국가적 재앙이자 대기업들도 언젠가 봉착할지 모를 저출생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히는 유한킴벌리처럼 근로시간 단축과 학습기회 부여로 ‘일자리 나눔’을 했더니 오히려 생산성이 더 나아졌다는 사례도 있다. 대기업과 소속 노조가 일자리 나눔으로 고용 창출에 앞장선다면 국민들한테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