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황지자유시장 16일 화재 초기 진압 효과
노후 전선 교체 더뎌 “지자체 상인회 나서야”
24일 춘천시 운교동 A전통시장. 냉난방기 덮개가 떼어진 채 방치돼 있었고, 내부 전기선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천정에도 전기선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한 상가 앞에는 부탄가스통 옆에 난로가 놓여 있었다. 옥내 소화전의 송수구는 벽에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았고, 틈에는 담배꽁초가 놓여 있었다.
후평동의 B전통시장도 비슷했다. 상가마다 놓인 소화기는 노후돼 녹이 슬어 있었고, 핀이 빠진 것도 있었다. 가스통 옆에 열 선풍기가 놓여진 곳도 있었다.
전통시장의 화재 취약점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서천의 전통시장 화재로 227개 점포가 불에 타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강원지역에서도 예방·대비책이 시급해졌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전통시장 화재 알림시설 설치 지원사업'의 경우 도내 사업 대상지 76곳(전통시장 63곳·상점가 13곳)중 36곳(47%)만 완료됐다. 사물 인터넷(IoT)기술을 이용해 연기를 감지하고 경보음을 울리는 시설로, 지난 16일 발생한 태백 황지자유시장 화재 초기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황지자유시장 상인들은 이번 화재 때 소방 대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소화기로 자체 진화에 성공했다. 144개 점포가 불에 타는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 알림시설 설치 사업은 국비가 지원돼 자부담액이 없지만 상인회, 시·군 지자체 등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가 지원하는 또 다른 전통시장 화재 예방 사업인 '노후전선 정비사업'은 참여가 더 저조하다.
도내 사업 대상 시장 76곳 중 완료된 곳은 17곳(22%)에 불과했다. 도내 7,000여개 점포 중 1,249곳 만 노후 전선을 교체한 실정이다. 점포당 사업비 250만원 중 10%는 자부담인데, 시·군의 지원 여부에 따라 참여도가 엇갈린다. 점포 밀집도가 높은 전통시장 특성상 전체 상인들이 참여해야 효과가 있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심금석 황지자유시장 조합장은 "태백시의 지원을 받아 150개 상가에 화재 알림 시설 설치, 노후 전선 정비사업을 모두 마쳤다"며 "시·군 지자체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편의시설은 확충됐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화재 안전시설 구축은 소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에 매우 취약한 만큼 상인회 등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