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번영 주춧돌 된 제헌헌법 위대성[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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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오늘 75주년 제헌절을 맞았다. 하루를 쉬는 공휴일 여부와 상관없이 제헌절을 기념하는 뜻을 곱새기며 미래를 향한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이날은 남북으로 분단됐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좌우 대립을 비롯한 국론 분열 등으로 극히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오늘의 당당한 세계 10대 강국이 되는 대한민국 성장·번영의 초석이 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질서·법지배의 원리(the Rule of Law)를 새겨넣은 날이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이 그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이끄는 10대 강국이 됐다는 게 어디 경제적으로만 그런가. BTS나 과학·문화·체육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사회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지 않은가. 미국과 서유럽 외의 제3세계에서 당당히 성공적인 자유민주 국가로도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이렇게까지 이르게 만든 최초 제헌헌법에서는 좌측과 타협의 산물로 사회주의적 프로그램도 그려져 있었으나 이후 개헌 과정을 통해 삭제되고, 그 중심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우뚝 각인됐다. 그리고 그것은 대한민국 성장·번영의 초석이었을 뿐 아니라, 장차 이룩할 남북통일의 주춧돌로도 작용할 사명·운명을 띠고 있다.

그러면 헌법에 깔린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질서가 어떻게 대한민국 성장·번영의 주춧돌이 될 수 있었는가? 이 자유민주주의(기본적 인권+권력분립+견제와 균형)와 시장경제(사유재산제+계약 자유)는 국민 각자에게 작동하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국민 각자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한다.(헌법 전문) 이것이 전체로 어우러져 오늘의 성장·번영을 이루게 한 것이다.

이 점은, 노동당 1당의 영도(당 영도주의) 아래 노동자·농민으로 구성된 인민이 명목상 주권자로 등장하는 전체주의 독재체제(민주적 중앙집권제)와 생산 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통제경제체제(command economy) 및 법을 통치의 수단(the Rule by Law)으로만 지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 부재,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앞섰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은 53분의 1에 불과한 저성취와 대비된다.

남녘의 제헌절 날 뿌려진 씨앗이 오늘날 세계 평화를 이끌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지도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자란 대한민국은 이제는 핵·탄도미사일로 일당독재 체제를 연명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인권 부재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녘 동포를 구하고 머지않아 자유와 평화적 통일을 이뤄야 할 사명과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음을 우리 모두 의심치 않으며, 또 우리가 모두 그렇게 다짐해 왔다.

아울러, 해방 직후 분단의 그 혼란 속 남녘만일망정 대한민국이 이렇게 자라도록 그 씨앗을 심고 이를 6·25로부터 지켜 냈으며 나아가 이를 한미동맹으로, 그리고 더욱 굳건히 자라도록 산업화로 북돋운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을 기림은 제헌절을 기념하는 또 하나의 뜻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 씨앗을 뿌린 운명의 날이 75년 전 7월 17일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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