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0만원, 관리비는 33만원"…전월세 신고제 시행 앞두고 '꼼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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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11.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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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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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소득 과세자료 활용될까 '우려'…미신고 대상 관리비 올린 '편법'
임차인 소득공제 줄어 피해…정부, 소규모 주택 관리비 내역 표준화 추진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2023.5.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이 이달 종료되는 가운데 임대차 시장에서는 신고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매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를 절반 깎아 신고 기준 밑으로 맞추고, 관리비는 5배씩 올려 모자란 금액을 메꾸는 방식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6월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 위반 사례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된다.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넘는 전세·월세 거래는 계약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편법으로 신고를 피하려는 임대인들이 많다.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로 임대차 계약 정보를 확보하고, 추후 임대소득세 부과 등 과세 자료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때까지 전월세 거래가 신고 대상이 아닌 점을 이용해 주택 임대 소득을 축소 신고해 왔는데, 전월세 신고제로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면 추후 세금이 늘 수 있다는 생각에 신고를 꺼린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현재 연 2000만원이 넘는 주택 임대 소득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그 이하는 15.4%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이에 월세는 신고 기준보다 낮추고, 그 대신 관리비를 몇 배로 올리는 신고 회피 의심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관리비는 사후 사용료 개념으로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면적 28㎡짜리 A 원룸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관리비는 월세보다 많은 33만원이다. 가스·전기 사용료를 포함하지 않은 청소·수선유지비 등 명목이다.

인근에 비슷한 크기(면적 24㎡)의 B 원룸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65만원, 관리비 7만원에 올라왔다. A는 B와 비교하면 월세는 절반 수준이지만, 관리비는 다섯 배 높다. 주거비(월세와 관리비의 합) 지출 금액은 비슷했다.

서울 관악구 소재 면적 43㎡짜리 투룸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9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매월 내야 하는 관리비는 월세보다 많은 37만원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면적 28㎡ 원룸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만원, 관리비 33만원이었다.

임대인은 이러한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임차인은 오히려 피해를 본다. 총 주거비가 동일한 상황에서 월세액이 줄고 관리비가 늘면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5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에도 관리비 세부내역을 표준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월세 신고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임대인들의 꼼수로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중개 대상물 표시 광고 기준 관련 고시를 개정해 중개 플랫폼이나 포털 등에 광고를 등록하는 단계에서 관리비 내역을 항목별로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과태료 등 처분 여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매물을 탐색할 때 관리비 세부 내역이 공개된 매물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고시를 손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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