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부문 2400억 적자’ 현대로템…‘인천·수원발 KTX 미응찰’ 국감 지적에 고개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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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0.11.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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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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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대로템의 지난해 미응찰로 KTX 사업에 차질” 지적
“국가에 대한 독점기업의 갑질…국가의 철도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 비판도
현대로템 “인천 시민에 심려 끼친 점 유감…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원가 상승”
2016년 EMU-260 30량 사업 당시 손실 떠안고 계약 진행…2018~2021년 철도부문 2391억 적자


KTX 고속열차 동력분산식(EMU-320) 차량. 현대로템 제공

국내 유일 고속열차 제작업체인 현대로템은 열차 납품 지연으로 인천·수원발 KTX 개통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정치권 지적에 “국민 편익 증대를 위해 한국산 고속열차 납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11일 입장을 밝혔다.

현대로템은 이날 입장문에서 “인천 시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코레일(한국철도)이 발주한 인천·수원발 KTX 고속열차 동력분산식(EMU-320) 16량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개통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지난 10일 보도자료에서 주장했다. 허 의원은 코레일이 다음 달 인천·수원발 KTX 16량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지만, 공고에 적힌 열차 납품 기한이 2026년 11월30일까지로 확인되면서 예정된 2025년 개통이 어렵고 빨라야 2027년부터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속차량은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으로 나뉜다. 동력분산식은 동력 장치가 차량마다 아래쪽에 분산 배치돼 가·감속 성능이 뛰어나고 수송력과 유지보수 용이성 등에서 동력집중식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의원은 지난해 코레일이 발주한 고속열차 입찰에 현대로템이 응찰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원인을 짚었다. 당시 코레일의 발주 가격은 1량당 51억4000만원이었으나 현대로템은 70억7000만원을 제시했고, 코레일이 3차 입찰 때 1량당 가격을 54억9000만원으로 올렸지만 현대로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고속열차 제작사가 한 곳이어서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로 본 허 의원은 “민간기업의 이익 때문에 국가가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으며, 이는 국가에 대한 독점기업의 갑질”이라면서 “현대로템의 행태는 국가의 철도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현대로템은 입찰 가격을 둘러싼 논란에 “고속차량은 구매 수량에 따라 제작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주문 제작품”이라고 배경부터 설명했다. 이어 “철도안전법에 따라 원소재부터 완제품의 시험과 검사를 매번 비용을 납부해 받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현대로템은 토로했다. ‘주문 제작품’은 일반 공산품처럼 동일 규격으로 대량 생산되는 것이 아닌 주문자 수요에 맞춰 규격이나 설계 등이 다르게 한정 생산된다.

현대로템은 고속차량 제작마다 요구되는 부품의 개발비용이나 금형비·시험검사비 등 1회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때 들어가는 1회성 비용은 부품수량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되므로 구매 수량이 적을수록 최종 완성차의 제작원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1회 검사 비용이 160원이라고 가정하면 16량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량당 10원)와 160량(량당 1원)에 나눠 부담했을 때 1량에 들어가는 제작 단가가 같을 수 없다는 거다. 고속차량 제작에는 부품 제조원가나 생산성이 어느 수준 이상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발주 물량이 필요하다는 ‘최소 발주수량’이 존재한다.

현대로템은 2016년에 발주된 EMU-260 30량 사업에서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손실을 떠안고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철도부문에서만 총 2391억원의 적자도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추고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인천·수원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통합 발주해달라고 코레일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1999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정부의 중복투자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당시 3개 기업의 철도사업 부문을 통합해 설립된 철도차량 제작업체다.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차량산업의 불필요한 자국 내 출혈경쟁을 막고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캐나다와 프랑스 등 해외 철도선진국처럼 1국 1사 체제 기반을 마련했지만, 일부에서는 현대로템의 독점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레일은 “2025년 개통 예정인 인천·수원발 KTX 직결선 운행 고속열차 구입 관련 발주를 했으나 응찰하는 곳이 없어 유찰됐다”며 “차량구입은 지연되고 있지만, 인천·수원발 KTX 개통을 위해 운행계획 수립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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