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주가 급등… '물적분할' 소액주주 반대 동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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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09. 오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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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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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한 DB하이텍이 주가 상승을 겪었다. 사진은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 주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물적분할 반대 운동이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DB팹리스'(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5월2일 분할이 완료된다. 주주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설법인은 상장되지 않을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상장을 추진할 때는 모회사 DB하이텍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출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DB Inc 등 DB하이텍 특수관계인 지분이 17.8%(지난해 9월 말 기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 소액주주 동의 없이는 상장 안건이 통과되기 어렵다.

물적분할 계획이 발표되자 DB하이텍 주가가 급등했다. 공시 다음 날인 지난 8일 5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전날보다 17.3% 상승했다. 팹리스 부문 분할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 쏟는 모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통상 시스템반도체산업은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와 설계를 맡는 팹리스로 나뉜다. 팹리스 업체들은 정보 유출을 우려해 DB하이텍처럼 팹리스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파운드리 업체에 일감을 맡기기 꺼린다. 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부를 떼어낼 경우 파운드리 사업 확대가 예상되는 이유다. DB하이텍도 "서비스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 주가 상승이 지속하면 소액주주들의 물적분할 반대 운동이 지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가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 분할 후 신설회사가 상장하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약속한 대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고 주가마저 상승한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일단 오는 29일 열릴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에 반대할 계획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재상장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등 물적분할에 찬성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최근 주가가 올랐다고 좋게 볼 수만은 없다"며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주가 상승분만큼 주가가 다시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회사가 신설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상장하지 않으려면 회사는 왜 분할하려 하겠는가"라며 "물적분할 우려를 주주들에게 알리기 위해 홍보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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