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反)윤석열 감정이 모든 걸 삼켰다 [정기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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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불통-고집-김건희 문제가 또 4년 거야 악몽 불러
이종섭 도피 출국과 밀어붙이기 의정 대치로 자멸
양문석 사기와 김준혁 막말에도 반윤 감정 끄떡 안 해
국힘도 노년 보수층에 기대는 정당으로는 연전연패
지난 10일 밤 서울 국회 도서관에 설치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이만희 상황실장이 11시 30분경 패색이 완연하자 상황실을 철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 데스크] 충격이란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표심이다.

필자를 포함한 친 보수우파 논객들과 중립적 선거 전문가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여당의 3연속 대(大)참패, 결국 여론조사들이 옳았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과 대통령 부정 평가 여론이 모든 걸 압도했다. 거기엔 막말도 사기도 맥을 못 추었다.

국민은 민주당 후보들이 좋아서, 그들의 자질이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나아서 표를 준 게 아니었다. 윤석열이 싫어서, 그의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여당 후보들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은 이 민심에 정직하고 겸허하게 반응해야 한다. 자기가 뭘 잘못하고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년 내내 거야(巨野)에 맞고 채이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탄핵이야 특별한 범법 행위가 없으면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윤석열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선거 직전에 저지른 패착과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보여 온 스타일 문제가 크다.

우선 그는 일방적이다. 나는 옳고 너희는 뭘 모른다는 식이다. 기자회견을 문재인보다도 더 적게 하고 있다.

필자는 도어스테핑이 그가 이룬 몇 안 되는 성과 중 하나이므로 부작용이 있더라도 바로 재개하는 게 좋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 그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기자들을 외면했다.

기자들을 피하는 건 국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심지어 어떤 불통 대통령도 이것만은 빼지 않았던 연초 기자회견마저 올해 안 하고 넘어갔다.

김건희 디올백 문제 답변이 곤란하니 아예 안 해 버린 것이다. 이걸 골수 광신도 팬들이 아니고서는 어떤 국민이 좋게 봐주겠는가?

소통 문제에 이어 인사 또한 그가 꾸준하게 인기를 잃은 주요 지점이다. 검찰 출신뿐 아니라 지나간 이명박 정권 등에서 사람들을 끌어오는 걸 보고 진보좌파는 물론 보수우파 쪽에서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의료 대란은 그가 추진한 개혁 정책 중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의사, 의대 교수, 전공의들은 여론에 불리한 처지에 있고, 민노총 같은 행태와 발언으로 점수를 많이 잃고 있었다.

이 좋은 상황을 2000명이란 숫자에 X고집으로 집착, 대량 실점으로 역전시켰다. 애초에 이 거대한 의제를 왜 총선 전에 밀어붙였는지도 의문이지만, 그 추진 과정에서 보인 대통령, 대통령실, 정부의 태도는 윤석열 정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었다.

의료 사태 장기화와 함께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똥볼이었다. 그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도 그렇다. 논란의 주인공이고, 그를 선거 시기에 출국시키면 야당과 저쪽 진영 언론에서 어떤 공세가 펼쳐질지 뻔히 예상되는데도 부임을 강행시켰다.

여기서 윤석열과 대통령실의 정무 감각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몰랐어도 문제고 알면서도 출금 해제까지 시키면서 내보냈다면 더 큰 문제다.

이종섭-황상무-대파-의료 사태로 엇비슷하거나 최소한 참패는 면할 수 있었던 여론이 뒤집혀 버렸고, 막판 민주당 후보들 악재로 여론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으나 이는 기대에 불과한 것이었다.

결국 반윤 정서가 양문석-김준혁 문제를 이긴 결과가 됐다. 윤석열의 실점이 그만큼 컸다.

이준석이 3전 4기 끝에 마침내 배지를 달게 된 것도 중도층의 반윤 표심이 작용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내부 정보 이용 부동산 투자 공영운이 하필 그의 지역구 민주당 후보로 공천된 행운도 따랐다.

국민의힘은 이제 60세 이상 중·노년 보수층에 기대는 선거 전략은 폐기해야 한다. 그들은 보수 정당이 표를 받을만해야 주는 사람들이다. 호남 표와는 다르다.

‘샤이 보수’에 대한 미련은 접는 게 좋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실정 때문에 그들이 윤석열을 찍은 것이었다.

이번엔 그 보수 표심이 문재인 못지않게 윤석열도 잘하지 못한다고 봐서 2번을 덜 찍었다. 최저로 나타난 대구 투표율이 그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역풍은 또 불게 돼 있다. 거야가 국회에서 난장판 횡포를 벌이지 않는다면 거야가 아니다. 이 역풍의 덕도 자격이 돼야 받을 수 있다.

보수우파들은 윤석열의 반성과 변화, 국힘의 뼈저린 재기 노력을 지켜볼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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