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가격 상승률 올해 20% 육박
유럽 ETF에도 1분기 15조원 몰려
“금값 단기간 급등 투자 유의” 지적도
● 금 선물 가격, 올해 들어 19% 넘게 올라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물론,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와 달러화가 동시에 하락하는 등 ‘미국 자산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것도 금 투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사재기에 나선 가운데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도 올해 들어 막대한 자금을 금 관련 상품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1분기(1∼3월)에만 금을 담보로 하는 ETF에 192억 달러(약 28조 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분기별 최대 규모다.
● 유럽 증시에 미 투자금 쏠려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유럽 증시가 도리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이 되려 ‘메가(MEGA·유럽을 다시 위대하게)’로 변질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동안 유럽 증시 관련 ETF에 106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대비 7배나 투자금이 늘어난 셈이다. 최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친 것도 투자금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로널드 템플 라자드 최고시장전략가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마비 상태였던 유럽을 깨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금이 미국에서 금이나 유럽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는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랐고, 유럽 경기가 아직 확실하게 반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미국이라는 핵심 투자처가 위기를 맞으면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침체 위기가 커지면서 미국 장기채에 투자했던 글로벌 국가 등도 자금을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