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국민 25만원’ 아닌 서민용 민생 패키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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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밥상물가 역시 타격을 받은 가운데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에서 어르신들이 무료 급식을 받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번 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 회담에서 이 대표가 민생 회복 명목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가처분 소득이 부족한 서민에게 현금을 쥐여주면 소비를 진작해 경기 활성화에 도움 된다는 논리로 돈 풀기를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이를 위한 소요 재원 1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세수가 없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하려면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예산의 4.4%에 해당하는 29조원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할 만큼 재정 상태가 악화돼있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늘려놓은 민주당 쪽에 있다. 그런데 또 13조원의 빚을 낸다면 국가 재정은 더욱 부실화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국면이어서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은 맞지 않다. 현금을 뿌리는 것은 급등하는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 국민 현금 지원이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민생 대책이다. 물가고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서민과 자영업자, 영세 상공인 등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예산을 쓰더라도 정말 아껴서 진짜 어려운 계층에게 도움 되는 지원책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펴야 한다. 정부는 그간 민생 지원 방침을 밝혀왔지만 국민 피부에 와닿게 민생을 챙긴다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24차례 민생 토론회를 열었고 총 240개의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라는 지시도 내렸지만 이름만 ‘민생’이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의료 개혁 및 지역 의료 강화 등 국민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거대 정책이 상당수다. 농림부에 맡겨놓은 물가 관리도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반도체 수출 등이 회복되면서 전체 경제 지표는 개선되는 듯 보여도 고금리, 고물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고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도 빙하기다. 야당의 무리한 돈 풀기를 설득하고 저지하려면 물가 관리와 소상공인 대책 등 타깃을 세분화한 핀셋형 민생 대책을 추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민생 대책의 대안을 갖고 이 대표를 만나야 한다. 민주당 요구 중 전세 사기 피해자 우선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나 소상공인 정책 자금, 저금리 대환 대출 확대 등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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