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돌연 사퇴를 선언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선관위 내부의 ‘아빠 찬스’ 취직 의혹 당사자 6인 가운데 4명의 채용 건을 직접 결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선관위 전·현직 자녀 6명 가운데 4명의 채용을 박 총장이 사무차장 재직 시절(2020년 10월~2022년 6월)에 최종 결재했다. 이미 ‘셀프 결재’ 논란이 불거진 자신의 딸 채용 승인 건 외에도 ▶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 ▶윤모 전 세종 선관위 상임위원 ▶김모 경남도 선관위 과장 등 추가 3건의 고위직 자녀 채용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박 총장은 지난해 1월 광주광역시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딸을 전남 선관위 경력직 9급에 채용했을 당시, ‘선관위 공무원의 경우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일 때 기관장에게 해당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기도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렇게 임용된 선관위 간부 자녀들은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박 총장 딸은 지난해 채용된 후 6개월 만에 9급에서 8급으로, 신 상임위원 자녀는 7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김모 과장 자녀는 1년 4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총장은 지난 25일 ‘자녀 채용’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송봉섭 사무차장과 함께 “아빠 찬스는 없었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 선관위가 24일 5급 이상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자녀 채용 의혹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권에서는 “조직적 특혜 채용의 핵심 채널이 황급히 옷부터 벗어 던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만희 의원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추가 적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부담감 속에서 사퇴를 선언했을 것”이라며 “이 정도로 자녀 채용이 만연해 있고 그 임용, 승진 패턴이 동일하다는 것은 단순히 박 총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적 일탈의 문제”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현재 특혜 채용 논란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 총장이 채용 결재 당시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임을 인지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연히 박 총장이 인지하고 결재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자녀를 채용한 데다 여타 고위직 간부 자녀 채용도 눈감아주는 일종의 품앗이 행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6급 이하 채용은 모두 사무차장 전결로 처리한다”며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