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할인에도 예약 줄었어요"…제주, 벌써 일본에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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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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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렌터카 업체들, 70~80% 할인 프로모션
"비싸고 만족감 떨어져" 비판…일본은 인기↑


지난달 10일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에서 나들이객들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단 가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겨울이 무섭죠."

제주도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근무하는 30대 매니저 A씨. 일본 정부의 무비자(사증 면제) 관광 재개 발표 후 예약 현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단체 여행객의 승합차 수요가 있어 가을까지는 큰 타격이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이어 "상반기보다 할인율을 높이면서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특히 승용차 대여 수요가 줄어들 것만 같아 걱정스럽다. 지금쯤이면 겨울철 예약이 하나둘씩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무비자 관광 재개 선언 후 여행객들의 수요가 일본에 집중되면서 여행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직 제주도 여행객 수가 감소했다는 뚜렷한 지표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맘때 속속 이뤄져야 할 겨울 여행 예약이 예년보다 부진하다는 후문이다.

◆ 여행업계 "가을~겨울 제주 여행객 감소 전망"

지난달 22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5~8월 제주 입도객 수는 매달 120만명대 후반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30만6537명, 6월 128만3470명, 7월 126만3332명, 8월 128만1608명 등 순이다. 지난달과 이달 입도객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이었던 지난 8월까지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준을 유지했으나 여행업계에서는 이르면 올가을, 늦어도 겨울부터는 제주 여행객 수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과 동남아 등 가까운 해외 여행지가 인기인 것과 달리, 제주는 예약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겨울 휴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일본 관광 재개 소식이 들린 뒤로 그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때 제주를 다녀온 이들이 올겨울에도 굳이 제주로 향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급호텔들이 가격을 많이 낮췄는데도 객실 예약이 안 이뤄지는 경우가 좀 있다"며 "프로모션이 끝날 때까지 예약이 안 되면 일단 마감이라고 적고, 다른 플랫폼에서 더 저렴하게 같은 방을 내놓기도 한다. 어떻게든 예약률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 여행객들에 힘입어 특수를 누렸던 제주 렌터카 업체들도 대폭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정상가보다 70~80% 할인해 승용차·승합차를 대여해주는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한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봄이나 상반기 황금연휴 때는 전기차, 외제차, 오픈카 할 것 없이 모두 예약이 마감돼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라며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때보다 예약률이 감소한 건 맞다"고 말했다.

◆ 무비자 관광 재개한 일본 인기…예약률 급증

일본이 한국인 무비자 관광을 허용한 후 첫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김포~하네다 항공편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여행업계가 전례 없는 할인행사 등 제주 지역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여행객들의 수요는 제주보다 일본을 향하고 있다.

노랑풍선에 따르면 10월 중 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의 40%가 일본과 서유럽으로 향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예약 순위를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서유럽 13.9% ▲규슈 10.6% ▲튀르키예 9.7% ▲오사카 8.6% ▲도쿄 7.8% 순으로 나타났다.

노랑풍선은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각종 입국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여행객들의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11일부터 외국인 여행객의 무비자 입국과 개인 자유여행을 허용한 바 있다.

또 기존에 5만명으로 상한을 뒀던 일일 입국자 수 제한 조치도 2년 7개월여 만에 폐지했다. 노랑풍선에 따르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일본 여행 관심도는 전월보다 144% 증가했고, 지난 1~13일 집계된 패키지 상품 예약률도 전월 동기보다 2.5배 증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제주 지역의 물가와 최근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과 관련,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겨울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이라는 한 20대 소비자는 "(제주도가) 저렴하지도 않고, 딱히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라며 "소비자로서는 더 나은 선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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