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방송사 기상캐스터 59명 중 58명 여성, 전원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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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3.13. 오후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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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굴레, 기상캐스터①] 지상파·보도·종편 9개사 고용 현황
예외없이 프리랜서 계약 적용, 퇴직자도 평균 3년9개월 일해
“기상예보는 필수·상시·지속 업무…자의적으로 프리랜서 적용했나”
▲기상캐스터의 날씨예보 이미지(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주요 방송사 9곳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 59명 모두 프리랜서 신분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다. 고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뒤 고인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측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보도 관련 필수 기능이자 상시·지속 업무를 맡는 기상캐스터들이 모두 프리랜서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방송사 기상캐스터 고용 실태 및 근로환경' 자료와 자체 취재를 통해 9개 지상파(KBS·MBC·SBS),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 종합편성채널(TV조선·채널A·JTBC·MBN) 방송사의 지난해 기준 기상캐스터 59명 고용 현황을 파악했다. KBS는 2023년 기준이다.

국가기간 방송사이자 재난방송 주관사인 공영방송 KBS는 서울과 지역총국을 모두 합해 총 20명의 여성 기상캐스터를 프리랜서로 뒀다고 밝혔다. 서울에선 통합뉴스룸 7명, 시사교양1국과 라디오제작국 각 1명씩 9명이 일했고, 부산·창원·광주·전주·대전·청주·춘천·제주방송총국과 울산·강릉방송국에 각 1명씩 11명이다. KBS는 방통위에 이들과 회사 차원에서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에서 자체 계약을 프로그램 별로 체결한다고 보고했다.

▲지상파와 보도채널, 종편채널 9개사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미디어오늘이 추가 확인한 2024년 기준 기상캐스터 숫자, 고용형태, 소속 현황.자료=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미디어오늘 취재. 그래픽=안혜나 기자
고 오요안나 캐스터가 일했던 MBC의 경우 기상캐스터가 총 6명으로 과학기상팀 기상재난파트에 속해 있다. SBS 기상캐스터 4명은 보도본부 보도국 산하 정책문화부 소속이다. 정책문화부는 기상청,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을 담당하는 정규직 기자들도 소속돼 있는 취재 부서이다. 이처럼 지역 민방(민영방송사)을 제외한 전국 지상파 3사의 기상캐스터 30명 모두 여성으로 프리랜서 신분이다.

보도전문 채널은 YTN의 경우 11명의 기상캐스터가 보도국 과학기상부 소속이다. YTN은 3월 현재 9개사 중 유일하게 남성 기상캐스터(1명)가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 9명은 여성이다. 연합뉴스TV 기상캐스터 10명은 보도국 뉴스총괄부 부장의 업무 조율을 거쳐 일하고 있다.

JTBC·채널A·TV조선·MBN 등 종편 방송사들도 기상캐스터를 모두 프리랜서로 계약했다. TV조선과 MBN은 각각 2명, JTBC는 1명, 채널A는 3명으로 전원 여성이다.

9개 방송사 기상캐스터의 최근 5년(2020~2024년)간 평균 재직 기간은 퇴직자를 기준으로 3년9개월가량이다. 전문성을 이어가기에 짧은 기간인 동시에, 2년을 가뿐히 넘기는 만큼 업무가 상시·지속적이라는 특성을 드러내는 기간이기도 하다. 날씨 예보는 각 방송사가 창사 이래 이어가고 있는 필수 보도 기능이다.

평균 재직 기간을 방송사별로 보면 기상캐스터 인원이 가장 많은 KBS는 3년7개월이었다. 상대적으로 긴 연합뉴스TV가 평균 5년6개월, SBS가 5년2개월이었다. 12일 SBS에 따르면 5년 새 5명의 기상캐스터가 각각 △7년4개월 △5년10개월 △5년6개월(2명) △1년8개월 일한 뒤 퇴사했다. MBN은 4년4개월, MBC가 4년1개월, YTN이 3년6개월, 채널A가 3년4개월, TV조선이 2년2개월 순이다. JTBC는 '2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해당 기간 이들 방송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상캐스터는 없다.

▲9개 방송사 기상캐스터의 최근 5년(2020~2024년)간 평균 재직 기간은 퇴직자를 기준으로 3년9개월가량이다. 9개 방송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5년 간 퇴직 기상캐스터의 평균 재직기간을 정리한 자료.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그래픽=안혜나 기자
재직자를 포함하면 근무 기간은 더 길다. 개별 사례 취재 결과, 2010년대 초반부터 14년 넘게 한 방송사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한 사례도 있다. 사례에 따라 방송사에 만연한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기상캐스터 직무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방송계 노동 사건을 다수 맡았던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기상정보는 뉴스 시간에, 보도의 일환으로 전달되는 정보이자 필수 정보다. 특히 정해진 시간과 날짜에, 정해진 곳에서 방송사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기상정보를 안내하는 일인데, 뉴스 가운데 날씨 코너만 프리랜서 체제여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이어 "방송사는 기상캐스터뿐 아니라 여러 직군에 대해 업무 내용에 근거해 고용형태를 정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뽑으면 프리랜서 관행이 자리 잡고, 정규직으로 뽑으면 정규직이 된 게 현실"이라며 "방송사가 직군 전반을 비정규직을 뽑기 시작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캐스터 유족은 '프리랜서 신분'이 그가 겪은 피해의 배경이 됐다고 강조한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유족인 A씨는 11일 통화에서 "요안나가 겪은 문제는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해 벌어졌다. 프리랜서 구조 아래 과거 노예 복싱경기처럼 체급도, 글러브도 없이 살아남는 이만 살아남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안나는 프리랜서도 아닌, 계약도 없는 노비처럼 일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는 근로기준법 2조 개정안, 즉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통과돼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기상 예보가 방송사의 필수적인 보도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캐스터 전원이 프리랜서로 고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자료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특히 59명 중 58명이 여성이라는 점은 방송사가 여성 노동력을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방송사의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 SBS가 기사 출고 뒤 2025년 3월12일 18시께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반영을 요청, 2025년 3월13일 오후 3시에 이를 반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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