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4만 달러짜리' AI칩 생산 4배로…'K반도체 봄' 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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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24. 오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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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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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
2분기 순익 전년비 429% 급증
시장 예상치 30% 이상 웃돌아
'H100' 200만대까지 생산 늘려
삼성·하이닉스·한미반도체 수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제공=엔비디아

[서울경제]

올 2분기(5~7월) 시장 예상을 뒤엎는 ‘깜짝 실적’을 공개한 엔비디아가 내년부터 인공지능(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량을 최대 4배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물론 TSMC·인텔·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엔비디아의 발주 물량을 노린 진검 승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개당 4만 달러(약 5340만 원)를 호가하는 고성능 AI용 GPU ‘H100’ 생산량을 50만 대에서 150만~200만 대로 최대 4배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객 수요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2분기 135억 1000만 달러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70달러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늘어난 수치다. 시장의 실적 전망치와 비교해봐도 매출은 10%, 순이익은 30% 이상 늘었다. 이미 호실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를 뛰어넘는 ‘괴물 실적’을 낸 셈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대당 4만 달러를 호가하는 엔비디아의 AI용 GPU ‘H100’. 사진 제공=엔비디아


당장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상황이지만 삼성으로서도 엔비디아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이라 자존심을 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양 사는 HBM 시장에서 숨 가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세대 ‘HBM2’를 최초 양산해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세대 ‘HBM3’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개발한 데 이어 최근 5세대 ‘HBM3E’까지 개발해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개발한 차세대 칩인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에 바로 이 ‘HBM3E’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전체 매출 중 20% 이상이 그래픽 D램 분야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찮다. 올 하반기 5세대 HBM인 ‘HBM3P’를 공개하고 연말부터 주요 GPU 업체에 샘플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론도 시장에 도전을 예고한 상태다. 마이크론은 최근 5세대 제품인 ‘HBM3 Gen2’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HBM 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합산 90% 이상에 이르지만 향후 마이크론의 도전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론의 HBM 제품에 대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내년 2분기부터 출시할 AI 칩에 탑재될 SK하이닉스의 HBM3E. 사진 제공=SK하이닉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격변이 예상된다.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2인자’ 삼성에도 기회가 올 수 있어서다. 현재 엔비디아의 고성능 최첨단 AI용 GPU는 주로 대만 TSMC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바짝 좁히고 있는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와 협력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5월 미국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반도체 시장 전망과 파운드리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GPU와 HBM 제품을 한 곳에서 ‘턴키’ 방식으로 일괄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파운드리와 메모리 모두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이다.

다만 엔비디아가 인텔을 새로운 파운드리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황 CEO는 5월 대만에서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테스트 제품의 성능이 우수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진격이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표적인 HBM 관련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042700)는 HBM 필수 공정 장비 2세대 모델인 ‘듀얼 TC본더 1.0 드래곤’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내구성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이번 장비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만들어진 D램을 적층하는 HBM용 첨단 결합(본딩) 장비”라며 “AI 연산에 활용되는 반도체를 만드는 핵심 기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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