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1%대 성장은 초유의 사건
한국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경고가 나왔다. 2년 연속 1%대 저성장은 유례가 없는 일로, 주요국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6월 말 기준 이들 8개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2.0%)과 비교하면 0.1%포인트(P) 하락했다. 이들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월 말 기준 2.1%에서 3월 말 2.0%로 내려온 뒤 3개월 연속 유지되다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다시 소폭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개 기관은 내년 우리 경제가 다시 2%대 성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개 기관은 한국 성장률이 내년에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투자은행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은 1.1%다. 투자은행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1%대 초반 성장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기록하면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최초가 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70년 동안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다섯 해를 제외하면 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1979년 2차 석유위기 파동의 영향이 덮쳤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등 일시적으로 성장 충격을 겪었지만, 이듬해 빠르게 반등했다.
반면 우리 정부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내놨다.
투자은행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하반기 반등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도 떨어져 하반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면서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반등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11일 내놓은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은 KDI도 향후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중국 경기 부진 심화, 전 세계 물가 상승세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지속, 국내 세입 여건 악화 등을 지목했다. KDI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돼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기상여건 악화로 원유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폭이 커질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의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